대만 TSMC는 최근 글로벌 증시 랠리를 주도하는 인공지능(AI) 칩의 핵심 공급회사이기도 하다. TSMC의 생산능력에 따라 엔비디아 실적이 좌우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5일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에 따르면 AI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TSMC의 첨단 패키징 공정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에서 최근 1년 새 상당한 병목 현상이 나타났다. 엔비디아의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선 이 공정의 40~50%가 투입돼야 하는데, 엔비디아는 3분의 1가량만 확보한 상태라는 추정이 나온다. TSMC는 올 연말까지 CoWoS 공정의 생산능력을 전년 대비 124%가량 확충해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공정 자체가 워낙 복잡한 데다 확장에 필요한 초정밀 장비의 리드타임이 길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AMD, 브로드컴 등 다른 반도체 업체들도 TSMC의 패키징 공정 확보를 위한 경쟁에 줄줄이 뛰어들었다. 패키징은 반도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외부와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공정이다.

BI는 아울러 엔비디아가 TSMC 4나노미터(㎚: 1㎚=10억분의 1m) 반도체 부문의 ‘생명줄’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엔비디아가 향후 출시할 B100 반도체에 TSMC의 4나노 공정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 경우 TSMC의 4나노·5나노 생산능력 활용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4나노·5나노는 TSMC 전체 생산능력의 12%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에서 3분의 1을 담당했다.

최근 TSMC 주가는 엔비디아 관련 소식과 동행하는 흐름을 보였다. 엔비디아가 실적을 발표한 날 TSMC 주가는 예외 없이 올랐다. TSMC가 장비를 납품받는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 다수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 주가가 TSMC 주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이다. 지난 23일 TSMC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찍자 도쿄일렉트론도 신고가를 경신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