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절차는 기업 장례식…아름답게 마무리돼야"
“기업 파산 절차는 일종의 장례식을 치르는 것과 같습니다. 파산 회사의 재산을 처리하면서 가장 눈에 밟히는 건 체불임금이죠.”

200건이 넘는 기업회생절차의 관리인을 맡아온 임창기 법무법인 세온 대표변호사(사진)는 지난 23일 “임금채권은 생계가 달린 문제라 파산 자산을 잘 팔아서 채권자에게 최대한 돌려주기 위해 애쓴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그는 지난달 벽산건설의 파산절차를 10년 만에 종결하면서 임직원 582명의 밀린 임금과 체납 세금을 100% 가까이 변제하도록 이끈 주역이다. 임 변호사는 “벽산건설은 480억원 상당의 임금·조세 채권 가운데 435억원을 환원했다”며 “100% 가까운 변제율을 기록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기업회생절차는 회생과 파산으로 나뉜다. 회생이 사업을 재건해 채무를 변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파산은 채무자 재산을 처분해 채권자에게 공평하게 배당하는 게 목적이다. 파산 회사의 자산을 처리하는 역할은 파산관재인이 맡는다. 기업회생절차를 관리·감독하는 회생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은 40명 정도다. 임 변호사는 2008년부터 16년째 파산관재인에 연속 선임됐다.

1983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임 변호사는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다가 뒤늦게 고시에 뛰어들어 1996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늦깎이 변호사’로 활동하던 그는 2000년 파산 위험에 처한 신호기공의 화의 관리인을 맡으며 기업 파산에 흥미를 갖게 됐다.

2008년부터 법무법인 다온에서 본격적으로 파산관재인 업무를 시작했다. 처음 파산관재인을 맡은 것은 경기 성남 분당더샵스타파크 시행사인 이좋은집건설 파산 사건이다. 2008년 부동산 침체기에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회사가 보유한 미분양 상가 30개를 43억원에 일괄 매각해 채권자들에게 돌려줬다. 경기 침체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기업이 늘면서 지난해 기업회생·파산 전문 로펌을 표방하는 법무법인 세온을 설립했다.

임 변호사는 “파산관재인은 다른 민사·형사 사건을 맡는 변호사와 달리 경영자 마인드와 비즈니스 감각이 있어야 한다”며 “노조 등 채권자와 협상해야 하는 동시에 회사 자산을 좋은 가격에 잘 매각해 배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