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홀딩스, 어드반테스트, 디스코, 도쿄일렉트론, 도요타자동차, 스바루, 미쓰비시상사.

골드만삭스가 최근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고전 영화 ‘7인의 사무라이’에 빗대 선정한 일본 닛케이지수를 주도하는 7개 종목이다. 미국 뉴욕증시를 이끄는 ‘매그니피센트7’ 못지않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2020년 3월 이후 주가 상승 요인을 분석한 결과, 매그니피센트7은 주로 매출 확대에 힘입은 반면 ‘사무라이7’ 주식은 대부분 이익률과 주가수익비율(PER) 확대에 기인했다”고 강조했다.

○도요타에 ‘엔비디아 3형제’까지

'사무라이 7'이 이끈 닛케이 랠리…"기업, 돈버는 힘 키웠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2일 닛케이225지수가 34년여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대해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힘을 회복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이 도쿄증시 프라임 시장에 상장한 3월 결산 기업의 실적 예상치를 집계한 결과 1~3월 순이익은 전 분기 대비 13% 늘어나 3개 분기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됐다.

가장 선두에서 증시를 이끄는 것은 4년 연속 글로벌 판매 1위 도요타자동차다. 엔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도요타는 북미를 중심으로 이익률이 높은 하이브리드차량 판매를 늘리고 있다. 도요타는 연간 영업이익 전망을 기존 4조5000억엔에서 9%가량 늘어난 4조9000억엔으로 상향 조정했다.

일본 증시는 ‘엔비디아 특수’도 누리고 있다.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으로 ‘엔비디아 3형제’로 불리는 반도체 제조장비 대기업 도쿄일렉트론·어드반테스트와 통신 대기업 소프트뱅크그룹이 주인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AI 수요가 계속 늘면서 반도체 관련주의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미쓰비시상사는 ‘투자의 달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투자한 일본 5대 상사 중 하나로 유명하다. 버핏의 미국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는 5대 상사 지분을 계속 늘리고 있다. 2020년 미쓰비시상사 등을 5% 넘게 취득한 데 이어 작년에는 지분을 평균 8.5% 이상으로 높였다.

○물가·임금 선순환 기대

일본 물가가 지난해 4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면서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까지 3년 연속 물가 목표인 2%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물가 동향과 관련해 “디플레이션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상태에 있다”며 “(물가) 우상향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기업의 임금 설정에서도 전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업체 혼다는 전날 노조의 임금 인상과 보너스 요구에 모두 역대 최고 수준으로 응하겠다고 화답했다. 일본 재계 대표 단체인 게이단렌은 지난달 임금을 4% 이상 올려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 기대도 주가 강세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당국의 ‘주주 친화 경영’ 유도도 영향을 미쳤다. 미쓰비시와 캐논은 작년 6월 각각 3000억엔, 1500억엔 규모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다. 기업들의 배당금 확대로 지난해 일본 상장사의 주식 배당액은 역대 최고인 15조7000억엔을 기록했다.

새로 단장한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도 한몫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부터 납입 한도를 대폭 상향하고 비과세 기간을 확대한 이른바 신(新)NISA를 운용하고 있다. NISA를 통해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세금이 전혀 붙지 않는다. SMBC닛코증권은 최근 신NISA 효과로 연 2조엔(약 18조원)이 일본 증시에 투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일규/신정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