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사흘째 이어진 가운데 병원에 남겨진 간호사들의 업무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전공의가 맡아야 할 필수 시술은 물론이고 환자들의 수술 스케줄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까지 겹쳐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전공의 파업을 계기로 수술실 보조, 응급상황 대응 등 의사를 보조하는 업무를 맡는 간호사 진료지원인력(PA)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 한 대형 병원은 전날 밤 암 중환자실(CAICU)의 ‘케모포트 니들링’을 맡을 간호사를 모집한다는 공지를 급히 돌렸다. 항암제를 주기적으로 공급하는 기구를 인체에 삽입하는 이 시술은 반드시 전공의가 맡아야 한다. 병원 간호사 A씨는 “엄연히 불법이지만 간호사가 하지 않으면 병원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 업무 가중을 알리는 긴급 기자회견을 23일 열겠다’고 공지했다. 간호사 커뮤니티 등에선 ‘PA를 합법화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미 마취과와 흉부외과 등 인력이 모자라는 곳에선 간호사가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는 일이 많은데, 차라리 이번 기회에 이를 공식화하자는 얘기다. PA란 수술실 보조와 검체 의뢰 등 의사 역할을 일부 대신하는 간호사 인력으로 국내에 약 1만 명이 근무한다.

시간이 갈수록 사직서를 내고 현장을 이탈하는 전공의는 늘어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전국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약 74%인 9275명이 사직서를 냈고 64%인 8024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지금까지 총 149건의 피해가 신고됐다. 복지부는 이날 위기평가위원회를 열어 보건의료위기 단계를 기존 ‘경계’에서 최상위인 ‘심각’으로 올렸다.

안정훈/박시온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