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광재 전 총장 측 제공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광재 전 총장 측 제공
”총선을 앞두고 돈을 쓰자는 얘기는 많습니다. 그런데 돈은 누가 버나요? 국부는 어떻게 일으키나요? 국민의 삶은 왜 이렇게 힘든가요? 당면 과제는 강력한 경제 성장과 국민의 행복한 삶의 질입니다. 분당 판교에서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행복 도시 건설, 신경제 창조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2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강력한 경제성장이 없이는 미래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역구는 표밭이 아니라 일터"라며 "국민 없이 국가 없고, 국가 없이 국민 없다. 청와대와 3선 국회의원, 강원도지사를 거치며 쌓아온 역량을 발휘해 '정치는 말보다 실천'임을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친노 핵심'인 이 전 사무총장은 이날 한경과 만난 자리에서 경기 성남 분당갑 출마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해당 지역구 현역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다. 분당갑은 보수 성향이 강한 민주당 험지로 분류된다. 민주당은 실용주의와 미래지향적 이미지가 강한 이 전 사무총장의 분당갑 출마를 권하고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분당갑 출마 의사를 당에 전달했다고 했다.
다음은 이 전 총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총선에 출마하게 된 배경은?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싶다.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해 당 주요 인사들의 요청이 있었다. 분당은 지난 대선에서 13%포인트 차로 민주당이 패배한 곳이다. 고심 끝에 출마 결단을 통보했고, 오랜 시간 기다리고 있다. 이제 그 막바지에 다다랐다."

▶분당갑은 민주당 입장에선 험지인데, 험지 출마 요구를 받아들인 이유는?

"나부터 헌신해서 험지라는 것을 깨는 정치혁명을 만들고 싶었다. 다른 중진들도, 이재명 대표의 측근도 함께 헌신하는 민주당이 되길 바란다. 분당 판교에서 침체된 대한민국의 희망을 만들 가능성을 봤다. 분당 판교는 중산층, 중도층이 많은 도시다. 분열된 나라를 통합의 나라로 만드는 에너지를 만들고 싶다."

▶분당갑 현역 안철수 의원에 대한 평가는?

"안철수 의원은 새 정치에 대한 희망을 품고 대통령 선거를 세 번 나갔지만 모두 실패했다. 희망이 실망으로, 다시 절망으로 바뀌었다. 정치를 왜 하는가? 묻고 싶다."

▶분당갑에서의 목표는?

"분당은 침체한 대한민국에 새로운 경제 엔진을 가져올 수 있는 지역이다. 판교라는 신경제 에너지가 있고 재개발과 재건축을 앞둔 분당 신도시가 있다. 경제와 행복 도시가 결합할 수 있는 모델 도시를 만들 수 있는 곳이 바로 분당이다. 분당에서 경제적 자유와 혁신, 기업, 행복한 삶이 같이 있는 미래 도시를 만들겠다"

"국가는 시대에 맞는 도시를 창조해야 질적 도약을 이뤄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포항, 울산, 창원, 여수 등 공업도시로 중화학공업 시대를 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판교를 거점으로 정보기술(IT) 벤처 혁명을 일으켰다. 지금은 '새로운 미래도시'가 필요한 시대다. 인공지능(AI) 혁명에 필요한 신경제와 재택근무 등 새로운 주거 방식이 합쳐져야 한다. '스마트도시'와 '아날로그'가 합쳐진 도시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일은 디지털화로, 삶은 친환경적으로"

▶분당 재개발이 가장 큰 이슈다.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장 먼저 만나는 시범도시, 세계적인 모델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다섯 가지 원칙을 생각한다. 첫째, 신속함이 핵심이다. 선도지구 지정을 위한 시간과의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둘째, 정확함이다. 시범지구·단지를 전국에서 가장 질 좋은 곳으로 만드는 법률이 필요하다. 셋째, 경제성이다. 김병욱 의원이 대표발의한 ‘1+1 입주권 활성화 및 중과세 면제 3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넷째, 행복 만족도가 높아야 한다. 4대 국민 행복 서비스(육아 시설, 워크 스테이션, 경로 시설, 스마트 의료 시설)를 국가가 확실히 지원해야 한다. 다섯째, 경기도가 책임지고 이끌어야 한다. 정비 후엔 ‘타운 매니저’를 도입해 주민의 삶을 연결하고, 주거 관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더 정교한 공약은 차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거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광재 전 총장 측 제공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광재 전 총장 측 제공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은 심화하고 있고 중동전쟁 등으로 물류비는 급등하고 있다. 에너지 논의도 시급한데 우리 정부는 미래 경제에 대한 논의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목표가 무엇인지,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는지를 모르겠다. 정부가 장기 목표를 세워두지 않았으니 정책도 예측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국민이 행복하게 살려면 다섯 가지가 핵심이다. 일자리, 보육과 교육, 주택, 건강, 노후연금이다. 일자리는 기업과 국가가 함께 만들지만 나머지 네 가지는 모두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핵심은 적은 비용으로도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다"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은 무엇인가

"분당과 판교가 결합되어 있듯이, 직주근접 기업도시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용인에는 반도체 클러스터, 원주의 의료기기와 보건의료 빅데이터, 춘천은 정밀 의료 기업도시, 오송은 바이오를 육성하고 있다. 판교가 핵심 허브 역할을 하며 전국의 핵심 도시가 긴밀히 연결돼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글로벌 테크기업이 도시 구축에 도전하고 있다. AI 혁명 시대에 맞는 도시를 누가 먼저 만드느냐가 미래 경제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도시 안에서의 주민들의 생산성은 높으면서 비용은 적어 쾌적한 삶을 구현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 국가 주도로 시범적으로 미래 도시 모델을 만들어보고 성공 모델을 전국에 확산해야 한다"

▶다른 경제성장 동력은 무엇이 있나

"에너지와 기후테크 산업이 중요하다. 2050년이 되면 전기 사용량이 지금보다 1000배 늘어난다고 한다. 에너지를 어떻게 생산하고 전송하느냐가 미래에 엄청난 산업이 될 것이다. 엄청난 성장 잠재력이 에너지 시장에 있다"

"AI 로봇도 중차대한 문제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부품 등 제조업이 강한 국가다. 앞으로 반도체 수요가 가장 늘어나는 분야가 AI와 로봇이다. 공항 부지가 빠져나간 대구나 부산 창원 등에 AI와 로봇을 만드는 도시를 만들 필요가 있다"

"통신은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할 산업이다. 일론 머스크의 위성통신인 스타링크는 결국 국가 간 안보 문제로까지 비화할 것이다. 미국이 앞서나가면 최소한 따라가기라도 해야 한다. 국가가 주도해 5G, 6G 통신망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금융 분야는 선진화가 필요하다. 특히 가상자산에 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

"한국을 '문화의 나라' '관광의 나라'로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웹소설 웹드라마 강국인 한국이 문화의 나라로 일어서면 엄청난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다. 조 앤 롤링이 수십 년 전 내놓은 해리포터 인세만으로 1조원을 버는 시대다. 관광산업 육성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자영업자가 커지고 지방 경제가 살아난다. 관광 부처를 따로 분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본인만의 경제 지론이 있나

"'신나는 자본주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월급만으론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다. 직장인도 부자가 될 수 있도록 확실한 보상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기업들이 회사 주식의 10~15%는 회사의 성장에 기여한 만큼 주식으로 받는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이에 스톡옵션에 준하는 세제 혜택을 줘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직원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새로운 성공 신화가 나온다고 본다."

▶이러한 경제 구조를 구현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여의도 정치가 해결돼야 한다. 국가와 국회가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의원 중 이공계 출신이 9.7%밖에 안 된다. 국회 본회의 생산성을 높이고 정치인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무능한 정치인을 확실히 갈라야 한다. '나토(No Action, Talk Only) 정치인'을 퇴출하지 않으면 경제성장은 없다"

"다른 과제는 싱가포르처럼 한국에도 외국인이 들어와서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노동자도 있겠지만 하이테크, 미들테크 등에서도 다양한 종사자가 될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코리안 드림'이 실현되도록 개방형 국가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미국에는 아시아계, 인도계 인물들이 성공한 CEO가 된 사례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유능한 동남아시아 사람이 성공했다는 사례를 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지역구는 표밭이 아니라 일터다. 국회의원 할 때 시골에 있는 경조사는 많이 안 갔다. 대신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과 함께 노력했다. 마을회관에서 자는 날도 많았다. 지역구의 주요 고등학교에 전부 기숙사를 지으며 교육을 대대적으로 일으켰다. 오죽하면 동료 의원이 ‘너무 본인 지역구만 챙기는 거 아니야’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결국 대한민국의 미래는 사람에게 있다.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에게 투자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정치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