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SM(삼라마이더스)그룹 계열 경남기업에 보유한 YTN DMB 지분 17.26% 중 7.26% 이상을 매각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대기업 계열사는 방송사 지분 10% 이상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방송법상 규제를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방통위는 SBS를 소유한 태영그룹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시정명령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방통위는 25일 전체회의에서 경남기업이 보유한 YTN DMB 지분에 대해 “6개월 이내에 소유제한 위반 상태를 시정할 것을 명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SM그룹은 지난해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제한 기업으로 지정되면서 방송법 8조 3항에 따라 방송사 지분 10%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게 됐다.이에 따라 방통위는 우선 SM그룹이 보유한 UBC울산방송 지분(30%)에 대해 소유제한 위반 상태를 해소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SM그룹이 이를 해소하지 않자 올 4월 재차 시정을 명령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두 차례 시정명령을 내린 뒤 이를 해소하지 않을 경우 검찰에 고발한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YTN DMB에 대해서는 경남기업이 최대주주가 아니고 방송사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뒤늦게 시정명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방통위는 SBS를 보유한 태영에도 시정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의 지주회사인 TY홀딩스는 SBS 지분 36.92%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5월 1일 기준 자산 10조원을 넘기면서 방송법상 소유제한 규정 위반 상태가 됐다. 태영은 이와 관련해 방송법 8조 3항의 적용 예외를 검토해줄 것을 방통위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 전에 방송사업 허가를 받은 사업자가 대기업으로 성장한 경우 8조의 소유 제한 규정 적용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법률 해석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정치권에선 방통위가 특혜 논란을 의식해 태영의 법 위반 사례에 전향적인 입장으로 돌아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 대기업의 소유 규제를 완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밝힌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엔 방송사 소유·겸영 및 광고·편성 규제 등 미디어산업 전반의 낡은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도 담겼다. 하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이런 규제 완화 논의가 멈춰섰다는 게 대통령실 안팎의 분석이다.업계에선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되더라도 특혜 논란으로 인해 태영그룹이 현재와 같은 SBS 지배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좌동욱/오형주 기자 leftking@hankyung.com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는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시한 전략으로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실크로드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연결하는 해상실크로드를 의미한다. 중국을 중심으로 주변의 60여 개국을 포함한 거대 경제권을 구성해 대규모 물류, 에너지, 금융 네트워크를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수천조원의 천문학적 자금이 투자와 차관 형태로 투여됐다. 멀리 아프리카 케냐와 최근 약 2조원의 차관 협약을 중국과 체결한 유럽연합(EU) 국가인 헝가리까지 다양한 나라가 일대일로와 연관돼 있다.② 투자유치 1위는 대한민국특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라오스 스리랑카 파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방글라데시 등 동·서남아시아의 신흥국과 저개발 국가들이 적극 참여했다.매우 특이한 점은 정작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베트남에서 일대일로와 관련한 이렇다 할 만한 중국 관련 대규모 프로젝트가 없다는 것이다. 종종 일부의 언론매체에서 일대일로의 예상 수혜국으로 베트남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프로젝트는 전무하다. 2017년에도 베트남 공산당 총비서가 시 주석과 일대일로 사업에 상호협력하는 문서에 서명은 했지만, 역시 구체적인 사업이 진행된 적은 없다. 왜 그럴까?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미온적인 베트남베트남과 중국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고 미묘하다. 같은 사회주의 노선을 걷는 국가로서 표면적으로는 상당히 협력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정치와 경제적인 상당한 긴장이 존재한다. 앞 회에서도 언급했지만, 1979년 베트남과 중국은 전쟁을 치르기도 했고, 그 이후에도 두 나라 사이에는 끊임없는 해상 분쟁이 있었다. 1988년에는 난사군도(쯔엉사군도)에서 해전이 벌어져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근대시대 이전 양국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두더라도 20세기에 발생한 이런 사건들로 인해 베트남 내에서는 반중 정서가 매우 강하다. 실제로 2018년에는 중국의 광시 좡족 자치구에 인접한 베트남 꽝닌성 번돈에 경제특구를 조성한다고 정부가 발표하자 대규모의 극렬한 반중 시위가 일어나 이 프로젝트가 무산된 적도 있다. 2016년에 필자가 자문하는 어느 기업의 감사자격으로 대표와 함께 중국 베이징의 한 투자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방문한 중국 투자회사도 당시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자금을 상당히 유치했고, 일부 민간 투자까지 받아 미얀마의 철도 사업을 진행 중이었다. 베트남에 매우 진출하고 싶어했던 이 투자회사의 대표도 이런 복잡 미묘한 베트남과 중국 간의 관계를 잘 이해하는 듯했다. 대화 중에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고 싶은데, 한국 기업과 협력해서 베트남 사업을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은 기억이 난다. 많은 중국 투자기업이 베트남 사업에 중국 단독으로 투자하는 데 매우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이런 베트남 저변의 반중 정서에도 중국 관광객은 환영한다는 사실이다. 2019년 베트남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중국이 한국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베트남 수출 25% 담당하는 삼성전자베트남은 1986년 도이머이(Doi Moi: 쇄신, 혁신) 정책의 입안을 통해 추격의 결정적인 기반을 마련한 이후 적극적인 해외자본의 유치로 저개발국가에서 신흥국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이 해외자본 유치는 외국인 직접투자(FDI)라는 형태로 주로 나타나는데, 1986년 이후 현재까지 외국인 직접투자에서 투자금액 기준으로나 투자건수로나 대한민국이 1위다. 반면 중국은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보다도 순위에서 밀려 있고, 투자금액으로도 한국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베트남에 수많은 한국 기업이 투자했고, 그중 투자 규모 면에서는 삼성전자가 가장 크다. 삼성전자는 현재 베트남 수출의 25%를 담당하고 있다.대한민국은 베트남 입장에서는 최대 투자국이자, 베트남 방문자 수 2위의 국가다.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베트남에서도 한류가 유행하고, 박항서 축구 감독의 신드롬이 한류에 더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도 있다. 하지만 단편적인 시각이라는 비판도 있겠지만, 최근 베트남 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둘러싼 양국 네티즌 간 설전을 보면 베트남 내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마냥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고 복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분명 신흥국 베트남에 기회는 있지만, 무조건적인 환상은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신흥국 투자는 투자금 회수 타이밍도 고려해야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에 가면 현재까지 하노이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서 위용을 자랑하는 ‘랜드마크 72’라는 빌딩이 있다. 한국의 경남기업이 약 1조2000억원을 투입해 2012년 준공한 건물로 한국의 63빌딩보다 약 100m 높다. 현재는 인터컨티넨탈호텔이 62층부터 객실로 쓰고 있으며, 롯데시네마와 고급 백화점이 입점해 있다. 지금은 건물의 명칭대로 베트남의 랜드마크가 됐지만, 2015년만 해도 이 건물의 절반은 임대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투자금 미회수가 하나의 원인이 돼 경남기업은 워크아웃을 거쳐 법정관리로 가게 되고, 그 기업의 회장은 죽음에 이르게 된다.신흥국은 비즈니스의 기회도 풍부하지만, 보이지 않는 위험도 매우 크다. 또한 투자의 타이밍과 회수의 타이밍도 중요한 요소다. 신흥국에서 성공한 기업들은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생존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오철 <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NIE 포인트①베트남과 달리 아프리카 유럽 등 60여 개국이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② 베트남이 베트남전쟁에서 적으로 싸웠던 한국으로부터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③ 신흥국에 투자할 때 투자금 회수 시기와 방법도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켓인사이트 4월24일 오전 11시7분1970~1980년대 ‘허니문’ 여행지로 각광받았던 국내 1호 관광호텔 온양관광호텔(사진)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할 정도로 재무상황이 악화되면서다. 온양관광호텔은 지난해 삼라마이다스(SM)그룹에 인수된 경남기업의 100% 자회사다.30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온양관광호텔은 지난 16일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은 신청 9일 만인 지난 25일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회사는 오는 7월24일까지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온양관광호텔은 1932년 온천으로 유명한 충남 아산시 온양에 세워진 대한민국 1호 관광호텔 신정관이 전신이다. 신정관이 설립된 자리는 조선왕조의 왕실 온천인 온양행궁이 있던 곳이다. 6·25전쟁 직후인 1953년 당시 교통부는 전쟁통에 불탄 신정관 자리에 온양철도호텔을 세웠다. 이 호텔이 1967년 민영화되면서 온양관광호텔로 이름을 바꿨다. 해외여행이 흔치 않았던 1970~1980년대 신혼여행지로 인기를 끌며 전성기를 누렸다.하지만 1990년대 들어 해외여행이 대중화되고 개별 욕실을 갖춘 아파트 보급이 늘어나면서 온양을 찾는 관광객은 점차 줄었다. 결국 1995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001년 법원 경매에서 대아건설(현 경남기업)이 낙찰받아 새 주인이 됐다.대아건설은 2015년 정치인 로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이끌던 회사다. 정치에 꿈을 품었던 성 회장은 이곳을 지역 유력 인사들과 만남의 장소로 활용했다. 성 회장이 사망한 후 온양관광호텔 모회사 경남기업의 사세는 기울었고 작년 6월 SM그룹에 인수됐다.지난해 영업이익이 5억5000만원에 불과한 온양관광호텔은 총 부채가 514억원에 달한다. 호텔 자체 채무가 아니라 경남기업에 대한 보증 채무가 대부분이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은 0.618에 불과하다. 영업이익 전체를 쏟아부어도 이자의 61.8%밖에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온양관광호텔 법정관리는 SM그룹이 건설 계열사인 우방산업과 경남기업을 합병시키기 위한 사전 정리 작업이란 분석이다. 부실 자산을 정리해 경남기업을 정상화한 뒤 본격적인 합병 작업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하지만 지역 경기 침체, 에어비앤비 등 숙박 대체 수단 등장으로 지방 호텔의 매력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온양관광호텔의 매각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회생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회생 신청 역시 잠재적 인수 후보자를 회생계획안에 포함한 뒤 회생 절차에 들어가는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으로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무산돼 일반 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