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서 '다리 괴사' 60대 당뇨환자, 수백㎞ 달려 원주서 진료
의대생 292명 동맹휴학 동참…의사회, 저녁 도청 앞 반대 집회
강원 전공의 87% 사직…의료공백에 3시간 동안 '응급실 뺑뺑이'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근무지 이탈이 가속하는 가운데 강원도에서는 그 비율이 90%에 육박했다.

22일 강원도에 따르면 도내 4개 대학병원과 의료원 파견 전공의 등 도내 전체 전공의 385명 중 336명(87.3%)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강원대학교병원은 전공의 101명 중 79명이 사직서를 냈고,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은 전공의 50명 중 인턴 11명, 전공의 39명 등 총 49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영동 지역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강릉아산병원에서는 전공의 33명 중 23명이 사직서를 냈다.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도 지난 20일 기준 전공의 151명(인턴 42명·레지던트 109명) 중 97명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사직서 제출 규모가 지속해서 늘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 부재로 인해 환자가 응급실을 찾아 수백㎞를 떠도는 일도 발생했다.

강원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30분께 강원 양양군에서 당뇨를 앓는 60대 A씨가 오른쪽 다리에 심각한 괴사가 일어나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구급대는 강릉아산병원에 유선으로 진료 가능 여부를 문의했으나 병원 측은 당시 응급실에 A씨를 진료할 수 있는 전공의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의 이송을 권유했다.

강릉아산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에서 중증 응급환자 위주로 진료하고 있고, 전공의가 여유가 있는 과도 있고 부족한 과도 있는데 A씨가 진료를 희망했을 때 전공의 부재가 있어 다른 병원으로의 진료를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강원 전공의 87% 사직…의료공백에 3시간 동안 '응급실 뺑뺑이'
강릉아산병원뿐만 아니라 속초와 강릉지역 병원 모두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은 구급대는 영동권이 아닌 영서권으로 핸들을 돌렸다.

결국 A씨는 119에 도움을 요청한 지 3시간 30분 만인 오후 3시가 돼서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치료받았다.

이처럼 의료공백 사태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한림대·연세대·강원대·가톨릭관동대 의대에서는 학생 292명이 동맹휴학에 동참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강원도의사회는 이날 오후 6시부터 강원도청 앞에서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두 번째 결의대회를 연다.

도의사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의대 정원 증원 정책과 필수 의료정책 패키지 등 의료 정책의 재검토와 수정을 정부와 관련 기관에 촉구한다"며 "의료 서비스의 질과 안전을 보장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지원을 제공해야 하고, 필수 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의 근무 환경과 복지를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의사회는 "의료 현장에서 의사들과 환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의료 정책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