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거부로 인한 의료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21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가운을 입으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기사와 직접 연관 없음. / 사진=뉴스1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거부로 인한 의료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21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가운을 입으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기사와 직접 연관 없음. / 사진=뉴스1
의과대학 증원·의사 집단행동을 주제로 열린 TV 토론회에서 '반에서 20~30등 하는 의사를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료계 인사 발언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의사들이 가진 '엘리트 의식'이 공개 석상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입시업계는 의대 증원이 실제로 이뤄지더라도 이런 주장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MBC '100분토론'에서 의사 측 인사로 나온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지역의사제에서 성적 낮은 학생을 뽑아서 의무근무 시키면 근로 의욕도 떨어질 것이고, 그 의사한테 진료받고 싶겠나"고 했다.

이어 "지역의사제로 성적이 많이 떨어지는 인재를 뽑을 수밖에 없다"며 "그 지역 인재를 80% 뽑아봐라. 지역에 있다고 해서 의대를 성적이 반에서 20~30등 하는 데도 가고, 의무근무도 시키고 (하는 것을)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인재전형 확대를 비판하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 회장은 정부가 의료의 질 문제를 "'양'(의대 증원)으로 때우려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간 의료계에서는 의대 입학 정원 증원 시 '입학생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종종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반에서 ○등하는 학생도 의사 되겠다'는 식의 말도 사석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입시업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 발표대로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더라도 이 회장의 말처럼 '반에서 20~30등 하는 학생'은 의대에 갈 수 없다. 지난해 기준 전국 고등학교의 수는 2379개로, 전교 3등까지를 다 합하면 7000명이 넘는다. 정부 발표안에 따르면 의대 정원은 5058명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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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정부는 의대 신입생을 특정 지역 출신으로 뽑는 '지역인재전형'의 비중을 40% 이상에서 6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지만, 이 역시 최상위권이 아니라면 진학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입시업계의 중론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로 합격선 하락은 크게 없을 것이며, 지역인재전형 확대도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2028년도에는 문·이과 통합수능이 돼 문과에도 (의대) 문호가 열릴 텐데 그때는 오히려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 '전교 1~2등 가던 것이 3등도 간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조심스러울 정도"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 회장의 발언을 놓고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좋은 교육, 좋은 실습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의료인으로서의 사명에 대한 분명한 생각들이 정립돼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박 차관은 이어 "반에서 20~30등’이라는 표현은 '지방에 있는 학생들은 공부를 못한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것 같다"며 "지역인재전형 비중 확대가 의료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얘기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