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상반된 역량의 시너지'로 리더십 완성
얼마 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이 사상 두 번째로 3조달러를 돌파하면서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가 취임할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무너져가는 상태였는데 수장을 맡은 지 10년 만에 우뚝 섰고 앞으로 10년도 승승장구할 전망이다.

나델라를 비롯해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IBM의 아르빈드 크리슈나, 어도비의 샨터누 너라연, 마이크론의 산제이 메로트라 등 세계 유수의 정보기술(IT) 기업 CEO가 인도 출신이다. 변화와 불확실성이 급증하는 21세기에 필요한 리더십은 어떤 모습인지, 바로 여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인도는 18세기부터 가난의 대명사로 전락해 불확실성과 혼돈이 커졌다. 이런 격변기를 극복해낸 사람들은 인내심과 빠른 적응력을 갖출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이들은 평소 <우파니샤드>나 <바가바드 기타>와 같은 힌두 고전에 담긴 인간의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우주의 질서 등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한 가르침을 익히며 자라왔으리라. 이렇게 내면의 강인함을 다져 온 인재들이 미국으로 넘어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까지 배출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1세기 들어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끝없는 경쟁과 이데올로기의 충돌로 야기된 불안과 긴장감, 불확실성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심지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미래에는 인류가 AI에 종속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마저 감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이 흔들림 없이 지속해서 성과를 내며 성장해 나가려면 리더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현시대를 잘 이끌어가려면 리더는 다음의 상반되는 두 가지 역량을 갖춰야 할 것이다. 하나는 변함없는 본질적 가치에 대한 통찰력. 다른 하나는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그에 따라 변화를 이끌어가는 유연함이다. 나델라는 CEO로 취임하면서 ‘클라우드 퍼스트’ 기치 아래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든 역량을 다 쏟아부었고, 결국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탈환했다. 또한 2019년부터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130억달러에 달하는 과감한 투자를 감행하는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선점했다. 위의 두 가지 역량이 시너지를 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한국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빨리빨리’ 기질을 지니고 있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유연한 편이다. 다만 변하지 않는 본질적 가치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해 이에 대한 교육적 투자나 개인적 노력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21세기를 이끌어갈 강력한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역량을 고루 발전시킬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