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1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얘기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1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얘기하고 있다. /뉴스1
4·10 총선 공천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밀실·비선 논란이 ‘공천 파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민주당 출신의 전직 국무총리·국회의장 등 당 원로들은 회동을 하고 최근의 공천 논란에 심각한 우려의 뜻을 밝혔다. 의정 활동 평가에서 사실상 컷오프(공천 배제)에 해당하는 결과를 통보받은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은 통보 사실을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계파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는 21일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 대표가 지금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당 지도부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 또한 총선 승리에 기여하는 역할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비명 학살’ ‘친명 꽂아 넣기’ 식의 공천이 계속되면 이 대표 체제로 치러지는 총선 선거운동에 힘을 보태지 않겠다는 경고로 해석됐다.
원로들 “공천 파동 유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문자엔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민주당 원로들이 ‘공천 파동’에 강한 유감을 표시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뉴스1
원로들 “공천 파동 유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문자엔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민주당 원로들이 ‘공천 파동’에 강한 유감을 표시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뉴스1
김 전 총리는 이날 민주당 출신인 임채정·김원기·문희상 전 국회의장과도 오찬 회동을 하고 의견을 나눴다. 해외에 있는 정 전 총리는 식사 자리에서 김 전 총리와의 통화를 통해 의견을 전달했다. 오찬 회동에선 특별한 입장문이 나오지 않았지만 전직 국회의장들 역시 최근 상황을 크게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위 20% 평가 통보를 받은 비명계 현역 의원들의 공개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김영주 국회부의장(19일), 윤영찬·박용진 의원(20일)에 이어 송갑석·박영순·김한정 의원이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하위 평가 통보 사실을 공개했다. 하위 10%는 경선 득표의 30%, 20%는 20%의 감산 페널티를 받는다.

송 의원은 광주 서구갑에서 재선을 했다. 지명직 최고위원을 지냈지만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을 때 개딸(이 대표 극성 지지층)의 ‘부결 인증’ 요구를 거부하며 사퇴했다. 이 대표의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후원회장인 인사와 공천 경쟁을 하고 있다. 박영순 의원은 친명(친이재명)계인 박정현 최고위원과 대전 대덕구에서 경쟁하고 있다. 김한정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남양주을에는 4성 장군 출신 비례대표인 친명계 김병주 의원이 도전하고 있다.

송 의원은 “평가의 공정성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영순 의원은 “이 대표가 사표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약 15명이 밀실·비선 공천을 성토했다. 최근 정체불명의 여론조사가 비명계 의원 지역구를 중심으로 동시다발로 이뤄진 배경과 조사 주체를 밝히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이 대표는 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친명계인 정청래 최고위원이 회의 도중 퇴장하려고 하자 “이 대표도 없고, 지도부 중에 누가 얘기를 듣는 거냐”는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비공개 일정이 있어 이 대표가 참석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친명계가 비명계 비판에 나서며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비례대표 초선인 이동주 의원은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홍영표 의원을 향해 “친문 좌장이라는 특권 의식에 사로잡혀 다른 의원들을 부추기고 집단행동을 유도하는 건 이적행위와 다를 바 없다”며 “자중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정필모 의원은 이날 1차 경선 결과 발표를 앞두고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민주당 관계자는 “건강상의 이유”라고 설명했지만, 당 안팎에선 ‘공천 파동’에 의한 파장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재영/배성수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