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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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고민이 늘고 있다. 검사 출신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아바타'로 몰락할 수 있다는 야권의 '기대'와 달리 선전하면서 총선 성격이 바뀌고 있는 탓이다.

각종 지표에서 한 위원장이 이 대표보다 당 대표 수행 능력이 뛰어나다고 나타나는 한편,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로 하락세를 탈 줄 알았던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반등세를 보이고 급기야 안정적으로 민주당에 유리하게 흘러온 각종 지표가 최근 여권으로 분위기가 급반전되면서다. 여기에 공천 파동,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개혁신당과 결별하는 등까지 겹치면서 각종 악재가 산적한 모습이다.

1. 영양가 없던 김건희 리스크

민주당이 그간 당정 공격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삼았던 이른바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은 지지율에 영향을 못 주는 분위기다. 주요 공격 무기 중 하나가 사실상 무력화된 셈이다.

전 세계적인 고물가 현상에 주요국 정상들의 지지율은 발목이 잡힌 상태였다. 윤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실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지난해 추석 이후 내내 부정 평가 이유 1위로 '경제/민생/물가'가 지목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말 다시 부상한 '김건희 리스크'는 윤 대통령 지지율의 상승 동력을 억제해왔다. 이로 인해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대 박스권에 갇히다 지난 2월 1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20%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침묵하던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KBS와 대담 후 여론은 다시 급변했다. 민주당은 '사과 한마디 없었다'고 저격했지만, 이후 발표된 한국갤럽, NBS,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대통령 지지율이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민주당 공세가 여론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다.

2. '김건희 리스크'와 성격 다른 '김혜경 리스크' 부상

이렇게 김건희 리스크는 잠잠해진 가운데, 오히려 부상하고 있는 것은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의 리스크다. 김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첫 재판은 오는 26일 열린다. 김씨는 이 대표가 당내 대선 경선 출마 선언 후인 2021년 8월 2일 서울 모 식당에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배우자 등 6명에게 10만원 상당의 식사비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건희 리스크'와 '김혜경 리스크'는 성향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남편들 이미지와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으나, '김혜경 리스크'의 본질인 법인카드 유용 의혹의 배후로 이 대표가 지목되면서 평판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관련 의혹 최초 제보자인 조명현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이 대표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해달라고 의뢰했다. 그는 지난해 관련 내용을 공개 고발한 책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카' 출판 기념 포럼에서 "이 모든 것의 몸통은 이재명"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3. "한동훈 더 잘한다"…떠오르는 '박근혜 비대위' 악몽

이러한 악재 속에서도 이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의 차기 대권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렸다. 그러나 최근 당 대표 수행 평가를 보면 한 위원장의 급부상은 이 대표를 위협할 정도다.

지난 1월 23~25일 한국갤럽이 1001명에게 당 대표 수행 평가를 물은 결과, 한 위원장의 긍정률은 52%, 이 대표는 35%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한국갤럽은 "긍정률 기준으로만 보면 2012년 3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평가와 흡사하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에게는 듣고 싶지 않은 평가일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 말 실시된 19대 총선에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내세우면서 승리해, 회고 성향의 선거를 미래 전망형으로 변모시킨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한 위원장이 이 대표보다 당 대표 긍정률이 높다는 기류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엠브레인퍼블릭 등 여론조사에서 일관성 있게 나타나고 있다.

4. 그런 한동훈은 비례정당 선거 운동 참여

여기에 한 위원장은 선거에 출마하지 않으면서 비례정당 선거운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선거법상 출마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당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한 위원장은 23일 창당을 앞두는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를 대놓고 "우리 당"이라고 표현했다.

공직선거법 제88조에 따르면 후보자, 선거사무장, 선거연락소장, 선거사무원, 회계책임자, 연설원, 대담·토론자는 다른 정당이나 다른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보다 널리 선거 운동을 할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이 대표는 현재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가 유력하기 때문에 비례정당 선거운동을 할 경우 위법이 된다.

5. 반전된 총선 여론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에게 정당별 총선 지지 의향(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13.7%, 응답방식 전화조사원 인터뷰)을 묻자 42%가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민주당은 36%였다. 1월 4주차 때만 하더라도 국민의힘은 39%, 민주당은 40%로 민주당이 소폭 앞서는 분위기가 지속됐는데 반전된 것이다. 특히 지지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1월 4주차에 국민의힘 55%, 민주당 52%였는데, 이제는 국민의힘 50%, 민주당 54%로 '비의향'에서 민주당이 소폭 앞서게 됐다.

NBS조사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감지된다. NBS가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에게 물은 결과(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15.7%, 응답방식 전화면접조사) 정부·여당 지원론이 47%로 견제론 44%를 앞섰다. 오차범위 내긴 하지만, 그간 민주당이 대체로 앞서왔다는 점에서 분위기가 급변하는 분위기다.

6. 의료계 싸움에 힘 실린 尹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 간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모처럼 정부에게 힘이 실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고 응답한 비중이 76%, '부정적인 점이 더 많다'는 답이 16%로 집계됐다. 특히 그간 윤 대통령에게 반대 표를 많이 던졌던 중도층도 74%, 진보층도 76%나 해당 이슈에 있어서는 정부 편에 섰다. 이 대표는 최근 이러한 정부 정책을 두고 "무리수"라고까지 표현했으나, 해당 이슈와 관련해선 여론은 윤 대통령 편인 것이다.

7. 유령 여론조사와 공천 파동…현역들 반발

아울러 공천 심사를 놓고 민주당 내 갈등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밀실공천 논란과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통보를 받은 비명(비이재명)계·친문(친문재인)계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다.

21일 친문계 홍영표·송갑석·윤영찬·전해철·이인영·오영환 의원 등은 현역 의원 의정 활동 평가의 기준과 원칙, 비명계 현역 의원 지역구에서 진행된 정체불명의 여론조사 등에 대해 규명할 것을 요구했다.

관련 사안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영주 부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를 향해 "친문 학살을 목적으로 한 정치적 평가가 아니라면 하위 20%에 대한 정성평가를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였다.

박영순 의원도 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하위 10%' 통보를 받았다면서 '이재명 사당(私當)화'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대표와 임혁백 공관위원장 등의 사퇴를 촉구했다.

8. 野 원로들도 반발

비난은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야권 원로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21일 더불어민주당 공천 공정성 논란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입장문까지 냈다.

두 전직 총리는 "이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지금처럼 공천 과정에서 당이 사분오열되고 서로의 신뢰를 잃게 되면, 국민의 마음도 잃게 된다. 국민의 마음을 잃으면, 입법부까지 넘겨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남은 윤석열 검찰 정부 3년 동안 우리 민주당은 국민께 죄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로들 사이에서도 이 대표 사퇴설까지 거론된다. 17대, 18대 총선에서 2선을 지낸 문학진 전 의원도 "공천 아닌 사천 자행하는 이 대표는 당대표직 사퇴와 동시에 정계 일선에서 물러날 것을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9. 文도 '이재명 사당화' 저격 글에 '좋아요'

'상왕'으로 표현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행보도 이 대표의 힘을 빼기에 충분해 보인다. 19일 문 전 대통령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은 이 대표를 비난하는 내용이 포함된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 이목이 쏠렸다. 이 게시물은 '이재명 사당화'라는 내용이 포함됐고, 게시물 작성자의 프로필은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의 이미지로 설정돼 있었다. 논란이 되자 문 전 대통령 측은 "글을 스크롤 하다가 단순 실수로 '좋아요'가 눌릴 수도 있고, 반려묘가 (스마트폰) 근처에서 놀다가 그랬을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과거에도 이 대표를 비난하는 게시글에 '좋아요'를 눌러 논란이 잇달아 제기됐다. 특히 2022년 11월엔 이재명 대표를 '사이코패스'라고 비방한 게시물과 그해 6월에는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이었던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쓰레기'로 비난한 글에 '좋아요'를 누른 일이 대표적이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전부터 '잊히고 싶다'며 퇴임 후 정치권에 선을 긋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가장 많은 '팬덤'을 보유한 사람 중 하나로 인플루언서 역할을 하고 있다. 우연이라고는 하지만 반복되는 그의 언행은 이 대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어려운 실정이다.

10. 돌아온 새로운미래…불투명해진 민주의 미래

그전까지 한 위원장은 '밑져야 본전'이었다면, 이 대표의 민주당은 얼마만큼의 차이로 이기는지가 관건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악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개혁신당과 결별하고 돌아온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의 재등장도 국민의힘보단 이 대표의 민주당에게 악재로 여겨진다. 이미 비명계의 탈출 러시가 이어지는 가운데, 불공정 공천 논란이 비명계와 친문계 의원들의 새로운미래 합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새로운미래는 이들과 접촉 중이다. 김종민 새미래 공동대표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하위 20% 평가를 받은 의원들과 접촉이) 있다"며 "어떤 분은 '결단을 해서 공동으로 힘을 모으자', 어떤 분은 '여기 남아서 경선해보겠다' 이렇게 나뉘어져 있다"고 전했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