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스1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스1
요즘 사자성어로 자신의 처지를 표현하는 정치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자성어가 함축하는 뜻과 현재 처한 자신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는걸 강조해서 전하려는 의지가 담긴 것.

더불어민주당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 통보받았다는 사실을 밝힌 박용진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이 처한 현실을 '과하지욕(袴下之辱)'에 빗댔다.

박 의원은 "단 한 번도 권력에 줄 서지 않았고 계파정치, 패거리 정치에 몸담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과하지욕을 견디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직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만을 바라보고 온갖 어려움을 헤쳐왔고, 공정과 원칙이 아니면 의정활동에서도, 정당 활동에서도 뒷걸음질 치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아시는 것처럼 많은 고초를 겪었다. 오늘의 이 모욕적인 일도 그 연장선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하지욕(袴 사타구니 과, 下 아래 하, 之 어조사 지, 辱 욕될 욕)'은 바짓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이라는 뜻이다. 항우를 꺾고 유방의 한나라가 승리하는 데 크게 기여한 한신의 고사에서 유래했다. 한신은 동네 불량배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는 굴욕을 참으며 훗날을 기약했다.

당시 한신이 남들에게 겁쟁이로 보였을 그 한순간 치욕을 참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한신은 굴욕을 견디며 묵묵히 때를 기다린 덕분에 훗날, 자기 뜻을 이룰 수 있었다.

큰 뜻을 지닌 사람은 쓸데없는 일로 남들과 옥신각신 다투지 않음을 말할 때 '과하지욕'을 쓴다.

박 의원은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자신이 하위 10%에 속하게 된 데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하위 10% 통보 당시) 임혁백 공관위원장 전화가 왔다. '참 납득이 안 됩니다' 그랬더니 본인도 웃으시면서 ‘저는 잘 모릅니다. 그냥 통보만 합니다'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박 의원은 진행자의 '어떤 항목에서 어떤 점수가 매겨져서 총점이 하위 10%가 된 것이냐'는 질문에 "모른다. 그걸 통보하는 분도 모른다고 그러는데 내가 어떻게 아는가"라고 답했다.

이어 "내가 권력에 줄을 대거나 계파에 몸을 담거나 이러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일을 책임 있게 해나가는 권한을 가져본 적은 없지만 민주당에서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라는 레드팀(red team·조직 내에서 쓴소리하는 집단) 역할은 계속해왔다"면서 "이게 필요 없는 거다, 혹은 나쁜 일이라고 한다면 그건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박용진이 꼴등이다. 그걸 받아들이고 납득하고 손뼉 치는 분들이 더 많으면 박용진 정치는 끝난다"며 "그래도 박용진이 대한민국 정치에 필요하고 민주당에서 바른말 하는 사람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면 이 모든 부당함과 치욕스러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북을에는 친명(친 이재명)계 정봉주 전 의원이 공천 신청을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