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성도 야유도 없었다. 시종 진지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야를 가리지 않고 10여 차례 박수가 터져 나왔다.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진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 얘기다.

“관용과 협업의 정치를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말문을 연 홍 원내대표는 “여야의 갈등이 나쁘지는 않지만, 여기서 멈추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갈등과 대립을 타협과 합의로 해결해 내는 것이 정치의 숭고한 의무이자 본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권 전체를 향해 “지금 우리 정치는 서로를 조롱하며 극단으로 치달아 대화와 타협의 문을 닫는 나쁜 정치로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며 “갈등을 조장하며 정치 혐오를 확산하는 정치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 보자”고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홍 원내대표는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2016년 이뤄진 중력파 발견을 설명하기도 했다. 과학자들 사이의 소통과 합의를 통해 중요한 자연법칙을 발견한 과정을 정치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연구 공동체의 탐구, 가설과 검증 등의 과정을 통해 과학계뿐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가 참조할 합의 과정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여야가 협업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공정한 경제질서 구축과 경제 혁신, 기후위기 및 인구 감소 대응 등을 제시했다.

총선을 50일 앞두고 이뤄진 이날 연설에서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날 선 공격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홍 원내대표는 상대를 비판할 때도 품격을 잃지 않았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던 보수의 경제 능력은 어디로 갔나. 무역 강국의 뱃길을 열었던 보수의 외교 능력은 또 어디로 갔나”라고 물은 그는 최근 안보 상황을 언급하며 “보수가 평화를 만드는 기적을 다시 보여주기 바란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합의에 필요한 시간을 인내하지 못하고 정치가 해결할 문제를 사법부 판단에 맡기는 일이 많아졌다. 저부터 사과한다”며 “이제 여야와 진보·보수를 떠나 정치가 관용적 태도를 바탕으로 협업을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끝을 맺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 의원 중에서도 합리적으로 평가받는 홍 원내대표의 성향이 두드러진 연설이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자신이 3선을 한 서울 중·성동갑을 떠나 보수 텃밭인 서초을에 도전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