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천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천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김성태 전 의원의 '컷오프'를 둘러싼 파장이 조용하게 이어지고 있다. 목숨을 건 단식 투쟁으로 드루킹 특검을 관철해 당내 기여를 인정받는 김 전 의원이 '생환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다.

서류심사 컷오프에 강하게 반발했던 김 전 의원은 결국 당의 입장을 수용했지만, 정작 지역 정가에서 '김성태 생환'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반환점을 돈 국민의힘 공천에서 '서울 서부벨트가 약하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2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민의힘은 전국 253개 선거구 가운데 단수 혹은 우선추천 후보 103명을 확정하고, 61개 선거구에 대해서는 경선 및 경선 후보자 선별을 마쳤다.

현재까지 공천 결과를 살펴보면, 국민의힘은 '한강벨트'에 중량급 인사를 대거 배치해 힘을 주는 한편, 동부벨트에는 3040세대를 전진 배치해 참신함을 강조했다.

4월 총선의 주요 승부처로 떠오른 서울 '한강벨트'는 특히 국민의힘이 '해볼 만한 지역'으로 꼽힌다. 동작을에 나경원 전 원내대표, 중·성동갑에 윤희숙 전 의원, 광진 갑·을에는 김병민 전 최고위원과 오신환 전 의원 등이 포진했다. 중·성동을에서는 하태경 의원과 이혜훈 전 의원, 이영 전 장관이 경선을 벌이고, 마포갑에서는 조정훈 의원과 신지호 전 의원이 경선을 벌이는 등 뜨거운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에 험지로 꼽히는 동부 벨트도 일찌감치 '연합'을 구성했다. '동부 벨트 4인방'인 이재영(강동을), 전상범 전 부장판사(강북갑), 이승환 전 대통령실 행정관(중랑을), 김재섭 전 비대위원(도봉갑)은 공천관리위원회의 단수 추천을 받아 선거 운동에 힘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모두 3040 세대 전문가 그룹으로 '신선함'으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 북서부의 은평구나 서대문구, 서남부의 강서구와 구로구·금천구·관악구 등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인지도'를 갖춘 후보로 이용호 의원(서대문갑)과 태영호 의원(구로을)이 나섰지만, 이들은 모두 해당 지역에서는 신인으로 권역 선거를 이끌기엔 부적합하다는 평가다.

지역 정가에서는 김 전 의원을 둘러싸고 각종 '생환 시나리오'를 그리며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서부 지역은 전통적인 국민의힘 약세 지역으로, 당 차원에서 중량급 인사를 전략적으로 지원해 대대적으로 선거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때마침 당이 강남을 현역인 박진 의원을 서대문을에 공천하기로 하고, 박 의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서부벨트 재배치에 적기라는 의견도 나온다. 격전지인 강서을에서 내리 3선을 한 김 전 의원이 안정적인 본선 경쟁력을 바탕으로 박 의원과 함께 서울 서부 권역의 선거를 이끄는 게 소위 '그림이 된다'는 것이다.

'서대문을' 출마를 요청받은 박진 의원은 이날 "서울의 4선 중진의원으로서 총선 승리와 서울 수복을 위해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헌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고 그 약속을 실천하겠다"며 서대문을 출마를 공식화한 바 있다.

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진행되는 공천을 보면 서울 서부권은 아예 포기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지역에서 나온다"면서 "본선 경쟁력이 있는 중량급 후보를 살려 바람을 일으켜야 하는데, 김성태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아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