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해야 하는데 "기다리세요"…의료대란 현실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에 나서면서 우려했던 '수술대란'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필수의료의 핵심을 맡는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을 떠나자 암수술, 출산 등 긴급한 수술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은 이날까지 전원 사직서를 내고, 20일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진료과목 전공의들은 하루 앞선 이날 오전 현재 4년 차를 제외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모두 사직서를 냈다.

다른 병원들도 이미 다수의 전공의가 사직 의사를 표하고 있다.

이날 정오까지 대전을지대병원 전공의협의회장이 병원 측에 전공의 95명의 사직서를 모아 제출하기로 하는 등 이런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확산 중이다.

전북대병원 전공의 189명 전원도 '빅5' 병원 전공의들의 동향에 맞춰 움직이기로 했다.

상급종합병원 의사 인력의 30∼40%를 차지하는 전공의들은 교수의 수술과 진료를 보조하고, 입원 환자 상태를 점검하는 등 각 병원에서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 시내 주요 병원에서 수술 스케줄이 조정됐다는 사례는 잇따르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6일 전공의 공백에 대비해 진료과별로 수술 스케줄 조정을 논의해달라고 공지했고,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의 부재로 수술을 절반 이상 감축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도 전공의 집단사직이 현실화했을 때 혼란이 가중하지 않도록 수술과 입원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지, 대체인력을 어떻게 배치할 지 등을 다각도로 논의 중이다.

대부분 병원은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응급·위중한 수술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역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과 전면 파업으로 인해 응급·중증도에 따라 수술과 입원 스케줄이 조정될 수 있다고 환자들에게 안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암 환자 등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입원 안내하는 문자가 오지 않아 전화해보니 월요일(19일)은 돼야 확실히 알 수 있다며 일단 대기하라고 하더라", "입원해도 수술이 취소될 수 있다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등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대병원에서 제왕절개로 쌍둥이를 출산할 예정이었으나, 수술을 하루 앞두고 연기를 통보받았다는 사연도 전해졌다.

복지부 산하 의료기관인 국립암센터마저 전공의 집단사직이 가시화하면서 수술 일정이 조정되는 모양새다.

난소암으로 국립암센터에 수술 일정을 잡았는데 무기한 연기됐다거나, 수술을 앞두고 입원했다가 급히 한 달여 밀리는 바람에 하루 만에 퇴원했다는 보호자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다만 국립암센터는 전날까지 공식적으로 수술이 미뤄진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채혈이나 요도관 삽입, 환자로부터 수술 전 동의서 서명 확인 등 전공의들이 맡았던 업무를 간호사에 맡기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일부 병원은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인력을 충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