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증권거래소가 일본에서 시행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기업 성장성을 훼손할 수 있는 과도한 주주환원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우리 정부가 오는 26일 이 프로그램을 발표할 계획인 가운데 앞서 시행한 도쿄증권거래소가 부작용을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일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평가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현지 기관과 해외 투자자 등 90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내용을 담았다.

이 보고서는 “부채를 늘리거나 과도하게 자기 자본을 활용하는 등의 일회성 주가 부양 대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업·투자 현황을 재검토하고, 수익을 끌어올리고 대차대조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구개발(R&D)·설비자산 투자와 사업 재편을 바탕으로 주주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을 자사주 매입과 중장기적 투자에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고도 했다.

보고서는 또 주가순자산비율(PBR)·자기자본이익률(ROE) 지표를 일률적으로 적용해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PBR을 높이기 위해 자산 매각과 자사주 매입에만 치중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산업별 특성과 비교 기업들을 고려해 기업가치를 입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PBR이 낮은 기업 가운데 주주환원 확대 전략을 밝히지 않은 기업을 외부에 공표하고, 자사주 소각 등에 적극적인 기업엔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도교증권거래소는 지난해 3월 ‘PBR 1배 이하’인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업 가치 제고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이 정책에 따라 주주 친화책을 발표하는 일본 기업이 늘었다. 우리 정부는 26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이 제도의 구체적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공개 세미나도 연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