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사진=뉴스1
수술 일정이 연기되는 등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의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늘리기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하면서다.

16일 경기북부 A병원과 환자 가족 등에 따르면 이 병원 B교수는 이날 오전 폐암 4기인 환자 C씨의 동의를 받아 20일로 예정됐던 수술을 연기했다.

C씨는 약 2년간 항암치료를 받다가 더 쓸 약이 없어 수술을 결정하고 19일 입원하기로 하고, 이날 병원에서 채혈 등 수술 전 마지막 검사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수술 당일 집단행동으로 전공의가 수술실에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해 B교수가 C씨는 수술 날짜를 조정하기로 했다. C씨의 향후 수술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C씨의 수술이 예정됐던 20일은 이른바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의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하기로 한 날이다.

C씨의 아들은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갑자기 담당 교수한테 전화가 오더니 응급실 제외하고 모든 의사들이 파업을 해서 출근을 안 하고 있다고 수술이 안 된다고 얘기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우리한테 일어날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 못 했다"며 "환자 생명으로 자기 밥그릇 챙긴다고 협박하는 게 의사가 할 짓인가"라고 하소연했다.

이 글은 조회수 50만을 넘기고, 전공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는 내용의 댓글이 약 3000개 달렸다.

A병원은 "전공의 집단행동 예고일에 B 교수는 수술 2건이 예정됐고 당일 수술 차질이 우려돼 불가피하게 일정을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피해를 호소하는 누리꾼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 D씨는 C씨 아들이 글을 올린 같은 커뮤니티에 '의사파업으로 아빠 암수술이 연기됐다'는 제목의 글을 썼다.

D씨는 "오늘 어머니 폐암 수술 연기됐다는 분 글을 보고 쓴다. 저희 아빠도 방광암으로 다음 주 월요일 수술 예정이었는데 오늘 갑자기 취소됐다고 통보받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2월 1일 암 판정받고 전이가 있고 사이즈도 너무 커서 최대한 빠르게 수술받아야 한다고 해서 가장 빠른 날짜로 확정받고 기다리는 상황이었는데, 의사 파업 얘기 나오고 불안불안하더니 결국 오늘 갑자기 취소 통보 연락이 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가족이 아픈 상황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마냥 손 놓고 기다려야 한다니 너무 힘들다. 사람 생명이 달린 일인데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파업이 제발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