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과 쿠바의 수교 과정은 한 편의 첩보전을 방불케 했다. 지난 14일 미국 뉴욕 시간 아침 8시, 한국 시간 밤 10시에 외교 공한을 교환한 양국은 정확히 5분 후 수교 사실을 공표했다. 보안을 고려해 ‘분’ 단위까지 합의했다는 후문이다.

하루 전인 13일 쿠바와의 수교를 의결한 국무회의에서는 국무위원들이 자리에 앉고 나서야 관련 사실을 알았을 만큼 협의가 극비리에 진행됐다. 쿠바 측이 ‘형제국’ 북한의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국은 쿠바와의 공식 발표 12시간 전쯤 미국에 수교 사실을 알렸다.

북한은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쿠바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방식으로 불쾌함을 드러냈다.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은 지난 13일과 14일 외교단 소식을 전하면서 ‘꾸바’라고 표기하는 쿠바는 언급하지 않았다. 과거 북한 매체가 주북 외교단 소식을 전할 때 우방국인 쿠바가 제외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쿠바가 ‘제3세계’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인 만큼 이번 수교의 국제외교적 가치도 높다는 평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쿠바는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다”며 “그럼에도 190여 개국과 수교를 하고 있고 100개국이 넘는 나라가 아바나에 대사관을 운영할 정도로 중남미 거점국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쿠바의 수교 과정에는 눈높이를 좁히려는 치열한 물밑 소통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은 5월 과테말라 카리브국가연합(ACS) 각료회의, 8월 쿠바 고위인사 방한 등 지난해에만 세 차례에 걸쳐 쿠바 고위급 인사들을 만났다.

2022년 연료저장시설 폭발, 지난해 5월 폭우, 올초 식량난 등 쿠바에 인도적 소요가 있을 때마다 한국이 적극적인 지원도 제공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미국은 2021년 1월 이후 쿠바를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에 대해 비자 없는 입국을 거부하고 있어 한국 국민의 쿠바 방문이 크게 늘어나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