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이야기지만 백만장자가 썼다니까 궁금한 자기계발서 [서평]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인디 음악 판매 플랫폼 시디베이비(CDbaby)를 창업한 데릭 시버스(사진)는 회사를 2200만 달러(약 270억원)에 팔고 자산가가 됐다. 그는 매각과 동시에 앞으로 음악과 관련된 사업을 해선 안 된다고 합의하는 내용의 계약서에도 서명해야 했다. 걸어온 길을 '리셋'하고 인생을 새롭게 시작해야 했다.

인생의 원점에 선 시버스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하루에 몇 시간씩 글을 쓰면서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을 스스로 묻고 답했다.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을 모아 <진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는 법>을 펴냈다.

책은 66개의 짤막한 글로 이뤄져 있다. 각각 '돈도, 관심도 더 이상 필요 없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텐가?' '과거의 타이틀에 더 이상 매이지 마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버는 방법' 등 흥미로운 제목이 눈길을 끈다. '엑시트(exit·투자회수)'에 성공한 창업가가 썼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뻔한 이야기지만 백만장자가 썼다니까 궁금한 자기계발서 [서평]
하지만 막상 책장을 펼치면 생각보다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다. 돈이 더 이상 필요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매력적인 질문에 독자들은 실제로 회사 매각 후 자산가가 된 시버스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행동했을지, 구체적인 경험담과 조언을 예상하기 마련이다. 기대와 달리 그가 내놓는 답변은 '돈이나 관심을 끌기 위해 했던 일들을 전부 그만둔다면 나에게는 무엇이 남을까?'란 다소 형식적인 되물음이다. '과거의 타이틀에 매이지 말라'는 일차원적인 조언은 저자에게서 창업가란 타이틀을 떼어내면 어떤 힘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만 이 책이 평범한 자기계발서와 구분되는 부분이 있다. 66개의 글 아래에 실린 큐알(QR) 코드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전 세계 독자들이 저자의 글을 읽고 공유한 자기만의 인생 경험과 관점들이 가득하다. 어쩌면 저자의 생각보다 깊고, 다양하고, 재미있을 수 있다. 스스로 댓글을 달아보면서 자기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겠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