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기업의 자발적인 출산 지원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즉각 강구하라”고 지시하자 정부가 출산·양육지원금의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날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부영이 자녀 1인당 1억원을 지급한 출산장려금을 ‘근로소득’이 아니라 ‘증여’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은 5일 출산장려금 지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근로자들의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근로소득이 아니라 증여 방식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가 이런 방식으로 유권해석을 할지는 불확실했다. 1억원이 근로소득으로 인정되면 과세표준 구간별로 6~38% 세율이 적용된다. 기본연봉이 5000만원이라면 출산장려금에 따른 추가분 1억원에 대해 3000만원가량의 근로소득세를 내야 하는 셈이다. 반면 증여 방식이라면 1억원 이하 증여세율 10%가 적용돼 세금은 1000만원에 그친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영이 지급한 출산장려금은 근로자가 일한 대가에 따른 근로소득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근로자의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업이 제공하는 출산·보육수당 비과세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당초 비과세 한도는 월 10만원이었는데, 올해부터 20만원으로 증액했다. 오는 7월 세법 개정 때 이 한도를 추가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 기재부 측 입장이다.

출산·양육 지원에 적극적인 기업의 세금 혜택도 늘려준다. 기재부가 지난달 말 입법예고한 소득세·법인세법 시행령은 근로자 출산·양육지원금을 손금 및 필요경비에 추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업은 근로자 지원금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 법인세 부담을 그만큼 덜 수 있다. 올해 1월 1일 이후 지급분부터 적용하기 때문에 부영도 혜택을 받는다.

기재부는 기업 출산·양육지원금 비용 한도를 별도로 설정하지 않고 무제한으로 허용해 줄 계획이다. 부영처럼 수십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일시에 지급하는 사례가 매우 드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가족·친지에게 출산·양육지원금을 편법 지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행령에 근로자에게 공통 적용하는 지급 기준이라는 점을 명시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제안한 ‘출산장려금 기부면세’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출산장려금까지 기부면세 대상에 들어가면 기부금 대상이 무분별하게 확대될 수 있어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