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수 경기가 안 좋아졌다고 해도 하이난 면세점은 문전성시입니다.”

[취재수첩] 韓면세점에 '따이궁' 돌아오지 않는 이유
최근 방문한 중국 남쪽 섬 하이난성 싼야시에서 만난 한 면세점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중국면세그룹(CDFG)이 운영하는 이곳은 축구장 17개(12만㎡) 면적으로, 스마트폰 카메라로 한 번에 담지 못할 정도의 거대한 규모였다. 2022년 문을 연 하이난 하이커우 국제면세점(93만㎡)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면세점이다.

구찌, 버버리, 몽클레르 등 명품 브랜드 매장 앞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적어도 20분은 기다려야 했다. 45위안(약 8300원)짜리 고가 아이스크림도 불티났다.

하이난 면세점은 면세 한도가 연 10만위안(약 1832만원)에 달하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단일품목 가격 상한도 없앴다. 한국의 1인 면세 한도 800달러(약 106만원)가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면세 혜택에 더해 추가 할인 이벤트도 가득했다. 섬을 떠난 여행객은 180일 내 온라인으로도 면세상품을 더 구입할 수 있다. 쇼핑 천국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한국 면적의 약 3분의 1 크기인 하이난성(3만5400㎢) 면세점 수는 12개에 달한다. 면세품 판매액은 지난해 상반기 264억8400만위안(약 4조8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급증했다. 면세점 방문객 수는 516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34% 늘었다. 중국이 하이난을 ‘제2의 홍콩’으로 만들겠다며 집중 육성한 결과다. 관광·소비가 늘면서 하이난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9.2%를 기록했다. 중국 전체 성장률인 5.4%를 크게 웃돈다. 올해도 하이난은 8% 이상 성장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런 하이난 면세점의 기세는 한국엔 위기다. 한국으로 몰려오던 ‘따이궁’(중국 보따리상)이 하이난으로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에서 철수하고 하이난으로 향한다는 얘기까지 들릴 정도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3조7585억원으로 전년(17조8163억원) 대비 22.7% 감소했다. 동남아시아 등 다른 나라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지만 중국 관광객보다 구매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한국 면세점이 다시 따이궁을 데려오려면 우리만의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턱없이 낮은 면세 한도를 늘려야 하고, 하이난 면세점과 차별화된 고급화 전략도 필요하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만난 한 유커는 “한국엔 신상과 중국에 없는 브랜드가 많다”며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접목한 상품도 증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면세점’의 추락을 막을 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