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임종훈 이사 선임 주주제안…"각자대표로 경영 참여하겠다"
한미 "사익 위해 주주제안 이용 유감"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놓고 갈등 심화…주총 표대결 예고(종합)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 통합 계획을 밝힌 이후 창업주 장·차남이 통합에 반대하면서 불거진 창업주 가족 간 경영권 갈등이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이어질 전망이다.

통합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한미약품그룹에 이사와 대표이사로 경영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한미그룹 측은 "법과 절차에 따라 통합과정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13일 두 형제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대표에 임종훈 사장이, 자회사 한미약품 대표에 임종윤 사장이 각자 대표이사로 올라 경영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계획을 위해 두 사람은 자신들과 이들이 지정한 4명의 후보자 등 6명을 한미사이언스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해 달라며 지난 8일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주주제안권을 행사했다.

이들은 "주주제안의 목적은 단순 이사회 진입이 아니라, 선대 회장의 뜻에 따라 지주사와 자회사의 각자 대표이사로 한미그룹을 경영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그룹의 현 경영진이 고(故) 임성기 회장 작고 이후 밀실 경영을 통해 기업 가치를 훼손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미그룹은 "(주주제안은) 예상된 수순으로, 이 같은 행보는 사익을 위해 한미그룹을 이용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미그룹 측은 "임종윤 사장이 지난 10년간 한미에 거의 출근하지 않은 데다 그가 사내이사로 있는 한미약품 이사회에도 지난해 상반기 5차례 이사회 가운데 한 차례만 출석하는 등 한미약품 경영에 무관심했다"며 "주주제안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또 임 사장이 상속받은 한미사이언스 주식 대부분을 본인 사업과 개인 자금으로 활용해 왔으며 주가 하락으로 담보가 부족해지자 직계 가족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154만3천578주도 추가로 담보에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임 사장이 경영권 분쟁 상황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채무를 해결하는 등 한미그룹을 개인 이익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양측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주주제안한 안건은 주총에 자동으로 상정되므로, 임종윤·종훈 형제를 이사회에 포함할지는 주총에서 표결로 결정될 예정이다.

현재 두 형제와 그 배우자 및 자녀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28.4%이다.

지난달 임 사장 등은 모친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특수 관계를 해소하는 내용의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서 이같이 공시한 바 있다.

이 지분은 현재 두 형제 측이 계산한 송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의 지분인 31.9%보다는 적다.

두 형제는 다만 가현문화재단(지분율 4.9%)과 임성기재단(지분율 3%)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을 것이라며 송 회장 측 지분이 더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OCI그룹은 대기업집단에 속하고 대기업집단의 공익법인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OCI와 통합을 결정한 한미사이언스의 재단들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미그룹 측은 "3월 주주총회 시점에서는 아직 OCI그룹과 통합 절차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이라, 공익재단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지분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한미사이언스 지분의 약 12%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을 우군으로 확보하기 위한 작업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신 회장은 중립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양측은 여타 투자자와 소액주주를 설득하는 데에도 힘을 쏟을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