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불시착'에 허둥댈 때 용의주도하게 움직인 기업들 [서평]
영어로 된 원서 제목이 책 내용을 더 잘 보여주는 책이다. 원제는 ‘불시착(Crash Landing)’. ‘세계 최대 기업들이 벼랑 끝에 몰린 경제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내부 이야기’란 부제를 달았다.

즉, 이 책은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휘청일 때 미국 기업과 기업인들이 얼마나 당혹스러워했는지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몸부림쳤는지를 그린 책이다. 에어비앤비, 포드자동차, 힐튼, 아메리칸항공, 모건스탠리 등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서사극이다.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주가가 폭락하고, 국경이 봉쇄되던 상황에서 기업들의 처절한 생존기이기도 하다.

책을 쓴 리즈 호프먼은 미국 언론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거쳐, 금융전문매체 세마포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기업 경영자와 내부 관계자 100여 명을 인터뷰해 당시 상황을 재현한다.
'코로나 불시착'에 허둥댈 때 용의주도하게 움직인 기업들 [서평]
예컨대 미국 헤지펀드 퍼싱스퀘어의 빌 애크먼은 2020년 2월 23일 새벽,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깼다. ‘주식시장이 곧 폭락할 것’이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 체인점 치폴레, 스타벅스, 힐튼 등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던 그는 현물 매도 대신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호텔 업체 힐튼의 크리스 나세타 최고경영자(CEO) 역시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2020년 3월 그는 월스트리트 은행들을 통해 17억5000만달러의 신용 한도를 최대한 이용해 현금을 조달하고, 추가로 채권 발행까지 나섰다. 상황이 더 악화되면 은행에서 돈을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미리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이었다.
Getty Images B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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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이렇게 수많은 인물을 등장시켜 당시의 긴박한 모습을 마치 영화처럼 드러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다룬 앤드루 로스 소킨의 <대마불사>(Too big to fail)과 비슷한 종류의 책이다. 마이클 루이스의 <빅 숏>을 떠올리게도 한다.

다만 서사를 다루는 솜씨가 훌륭하지는 않다. 이야기는 평면적이고, 피상적이다. 영화처럼 이야기를 전하지만, 아주 재미있고 생생하지는 않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