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진짜 심각해요"…日에 밀린 제주도 충격 근황 [신현보의 딥데이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제주도 음식점 폐업률 7.35%…2년째↑
특히 주요 상권 포진한 제주시 타격 커
日 여행 인기에 내국인 관광객 8.3%↓
최근 빈대 발견·조류인플루엔자로 '비상'
특히 주요 상권 포진한 제주시 타격 커
日 여행 인기에 내국인 관광객 8.3%↓
최근 빈대 발견·조류인플루엔자로 '비상'
"제주 온 지 12년 됐는데 요즘처럼 가게 매도 글이 많이 올라온 적이 없는 것 같다. 관광객이 확 줄면서 서비스업 거의 모든 업종이 30~50% 감소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매출이 추가로 30~50% 더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국내 관광객이 몰리면서 '특수'를 누렸던 제주가 최근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자영업 경기를 살펴볼 수 있는 도내 음식점 폐업률이 2년째 증가세를 보이면서다. 최근 국내 고물가 현상으로 내수가 위축되는 가운데, 대체제 성향이 강한 일본 관광이 엔저(低) 효과로 인기를 끌면서 도내 경기가 크게 악화되는 모양새다. 이번 설 연휴에도 국내 관광객들은 제주도보다 일본으로 향하는 분위기다.
심상치 않은 제주도…2년째 음식점 폐업률 증가
9일 한경닷컴이 행정안전부 지방인허가에서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 통계를 가공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제주도 전체 음식점 폐업률은 7.35%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2020년 폐업률이 8% 가까이 증가했다가 2021년 6.06%까지 떨어진 후 2022년 6.82%에 이어 2년째 상승세다.폐업률은 따로 통계가 발표되지 않는다. 한경닷컴은 폐업률을 파악하기 위해 폐업 업체 수를 총 업체 수(영업업체+폐업업체)로 나누어 계산했다. 폐업률 지표는 자영업 추이를 파악하는 데 의미가 있다. 일반·휴게 음식점에는 한식·중식·일식·분식·커피전문점 등 대부분 외식업종이 포함된다. 제주도는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나뉜다. 2021년에는 폐업률이 각각 6%대로 비슷했으나, 제주시는 2022년 7.07%, 2023년 7.41%로 전체 도 폐업률을 웃돌았다. 서귀포시는 2022년 6.26%, 2023년 7.22%로 마찬가지로 2년째 증가세였으나 전체 도 폐업률을 하회했다.
단순 폐업 건수로 봐도 2015년까지 1000건을 넘지 않았던 도 전체 음식점 폐업 건수는 지난해 1651건까지 늘어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폐업점은 서귀포시와 제주시 각각 510곳과 1141곳으로 각각 역시 각각 최고치였다. 개업점 수는 2017~2021년까지 2000곳 중반대에서 움직이다 최근 2000곳 초반으로 떨어졌다.
서귀포시가 주요 관광지와 접근성이 더 좋다면, 제주시는 제주국제공항이 위치하면서 노형동· 연동·이도2동·아라동 등 도내 경제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주요 상권이 형성된 곳들이다. 이러한 이유로 제주시 타격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도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제주 한 소식통은 "주요 상권 가게들도 보증금이 다 까여서 허덕이다 나가는 게 지금 제주의 현실"이라면서 "현재 해안가 상권 등 주요 상권이 초토화된 곳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그간 월세를 포함한 이런저런 물가가 다 오르다 보니 도내 자영업자들은 이제 구도심에 월세가 저렴하고 작은 가게들로 옮겨가는 분위기도 포착된다"고 설명했다.
관광객 수 추이도 이러한 통계를 뒷받침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도 입도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2020년 이후 4년 만에 감소세 전환이다. 그마저도 2022년에 8만6444명에 그쳤던 외국인이 약 71만명으로 720.6% 증가하면서 감소세를 저지한 상황이다. 내국인 입도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8.3% 급감했다.
앞서 제주도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전년 대비 33% 빠진 후, 하늘길이 완전히 막히자 갈 곳을 잃은 국내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전년 대비 2021년 17.3%, 2022년 15.7% 증가하는 등 훈풍을 누린 바 있다.
엔저에 빈대·AI까지
최근 한국인들이 대신 향하고 있는 곳은 해외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오는 8일부터 12일까지 닷새간 총 97만6922명이 인천공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설 연휴 기간 약 100만명이 해외여행을 가는 셈이다. 인터파크는 이번 연휴 기간 일본행 항공 예약률은 37%로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이밖에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물가가 낮은 편에 속하는 베트남(17%), 태국(6%) 등 동남아시아가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제주를 찾는 관광객 수도 약 20만명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지난해 유독 적었던 기저효과 탓이다.통계청이 지난 1일 발표한 '2023년 온라인쇼핑 동향'을 보면 지난해 여행 및 교통서비스 품목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4조912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급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2022년 엔데믹 선언 이후 해외여행이 지난해 본격적으로 활발해졌고, 특히 엔저 등에 힘입어 일본 여행이 늘어난 영향으로 해외여행 관련 소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서귀포시에 위치한 공공 자연휴양림 내 숙박시설에서 빈대가 발견되는가 하면, 제주시에서는 고방오리 폐사체에서 'H5N1'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돼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자영업자뿐 아니라 지자체와 전문가들도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최근 제주도는 가격이 저렴한 착한가격업소를 대거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6회 제주플러스전문가포럼에서 오훈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물가·바가지 인식 확산,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 온라인 여행사) 재편 대응 미흡, 관광산업 인력 부족 등을 제주 관광의 위기 요소로 거론하며 제주 관광에 대한 관심과 재방문 의향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