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대한체육회장
예산권을 쥔 정부 부처와 그 산하 단체가 ‘난타전’을 벌이는 낯선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얘기다.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민간위원 선임, 대한올림픽위원회 분리 문제 등을 놓고 연일 얼굴을 붉힌다. 대한체육회가 추천한 민간위원을 문체부가 수용하지 않은 게 갈등의 시작이다. 대한체육회는 문체부를 ‘관료 카르텔 집단’이라고 비판하면서 대통령실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고 장관 사과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1만5000여 명을 모아 성토대회도 열었다. 문체부는 위원 선임이 정부 고유 권한이며, 대한체육회가 체육인들을 앞세워 ‘힘자랑’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양측 갈등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엔 사무총장 승인 여부를 놓고 다투다가 김정길 당시 회장이 사퇴했다. 공교롭게도 그때도 유인촌 장관이었다. 이듬해인 2009년엔 이번처럼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 분리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대한체육회는 올해로 104년을 맞은 역사가 긴 조직이다. 1920년 설립된 조선체육회를 뿌리로 하고 있다. 1968년엔 대한올림픽위원회(완전 통합은 2009년)와 대한학교체육회, 2016년엔 국민생활체육회를 통합해 명실상부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단체가 됐다. 산하 종목단체 82개에 등록 선수와 지도자만 100만 명이다. 동호회 선수를 포함하면 500만 명을 훌쩍 넘는다.

임기 4년인 대한체육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체육계 대통령’ 대접을 받는다. 해방 이후만 놓고 보면 몽양 여운형을 시작으로 정주영, 노태우, 김운용, 박용성 등 정계와 재계 거물들도 회장을 맡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기도 한 현 이기흥 회장은 2016년에 이어 2021년 선거에서 당선돼 8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다.

총선과 현 회장의 3연임, 굽히지 않는 두 기관 수장의 성격 등이 겹쳐 ‘파열음’을 키우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올해는 지구촌의 스포츠 축제인 파리올림픽이 열리는 해다. 이 무대에서 태극기를 휘날리기 위해 선수들은 밤낮으로 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두 기관이 “끝까지 가겠다”며 힘겨루기 하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