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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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세뱃돈 대신 '세뱃주식'을 선물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자녀의 계좌엔 주로 대형주가 담겨있다. 안정적으로 목돈을 물려주기 위해 우량주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는 미성년 계좌도 점차 늘고 있다.

9일 KB증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미성년 고객 중 주식을 한 번이라도 보유한 투자자는 17만5260명에 달했다. 2019년 1만1632명에 비해 약 15배 급증했다. 이 증권사 고객 가운데 미성년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1.5%에서 5.93%로 4배가량 늘었다.

투자는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일반적으로 미성년자 계좌는 자녀가 성인이 될 때 목돈을 마련해주고자 하는 이유로 운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형주에 자금이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KB증권의 미성년 고객이 가장 많이 보유한 국내 주식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우, POSCO홀딩스, LG에너지솔루션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토스증권이 작년 10월 '자녀 계좌 만들기' 서비스를 시작한 후 미성년 고객이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은 테슬라였다. 작년 10월 비대면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플,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슈왑 US 디비던드 에쿼티(SCHD)'에 투자한 소년개미도 많았다. SCHD는 미국 배당성장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다. 안정적인 배당과 장기적인 자본차익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로 꼽힌다.
사진=KB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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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열풍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균등 배정 방식은 청약에 참여한 모두에게 공모주를 배분하는 방식이다. 계좌가 많을수록 유리한 셈이다. 작년 한 해 KB증권에서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미성년 자녀 고객은 5만5373명에 달했다. 이 기간에 평균 1인당 2.7회 참여했다. 미성년 고객의 포트폴리오엔 삼성전자 다음으로 에코아이가 많이 담겨있었다.

KB증권은 작년 11월 코스닥에 입성한 에코아이의 상장 주관사다. 에코아이는 상장 후 공모가(3만4700원) 대비 133% 급등한 8만900원까지 치솟으며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현재 주가는 공모가보다 6.9% 높은 3만7100원이다.

다만 소년개미가 많이 보유한 종목의 수익률은 저조했다. 삼성전자는 연초 대비 5.61% 하락한 상황이다. POSCO홀딩스,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도 각각 9.31%, 7.84% 하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어닝 쇼크'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발생해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실적 발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상장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를 각각 1.8%, 26.7% 밑돌고 있다"며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이익 모멘텀이 강한 반도체 업종의 비중을 늘리는 것 좋다"고 조언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