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우자 김혜경씨.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우자 김혜경씨. / 사진=연합뉴스
설 연휴가 지나면서 '총선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각 정당은 공천 작업 마무리에 속도를 내고, 여야 정당을 탈당해 세력화를 꿈꾸는 제3지대도 연합 전략을 짜기 위해 골몰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인인 김혜경 여사를 둘러싼 '가십 전쟁'도 4·10 총선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野 '친명 대 친문' 갈등 리스크…與 '尹심 공천' 논란이 뇌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공천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설 연휴를 앞두고 공천 결과를 일부 발표하는 등 절차를 시작했다.

공천 과정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잡음 없는 공천'을 할 것인지다. 신선한 인물을 공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천 과정에서 내부 분열이 일어나면 '집토끼'마저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친명 대 친문의 갈등 구도가 리스크로 꼽힌다.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친문계를 겨냥해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을 제기하면서다. 친명 핵심 인사들은 '친문 책임론'을 띄우며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에 불출마 등을 압박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 정권을 탄생시켰다'는 책임론 공격을 받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당의 지도부와 당직자, 그리고 이재명 대표를 보좌하는 분들께 부탁드린다"며 "여기서 더 가면 친명이든 친문이든 당원과 국민들께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친명 대 친문의 갈등이 격화하면 '친명 대 비명'의 갈등이 잠잠해졌던 민주당 내에서 계파 갈등이 다시 시작되면서 공천 잡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친문에 대선 패배의 책임을 떠넘기려다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의 표를 잃을 수 있다"며 "상식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 여부로 인한 갈등이 뇌관이 될 수 있다. 공천에서 배제된 김성태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 참담한 결과는 우리 당과 대통령 주변에 암처럼 퍼진 소위 윤핵관이 만든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김 전 원내대표는 "흔히 말해 대통령 측근이라고 자처하는 인사들이 이미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총선 구도를 만들고, 지역 공천까지 자신들이 설계했다"면서 강력 항의하는 상황이다. 공천 결과에 따라 각 지역구에서 이러한 반발은 얼마든지 더 일어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윤심 공천'을 불식하기 위해 "한동훈 위원장에게 선거 지휘나 공천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7일 방송된 KBS 대담에 출연해 "언론에서 가만히 안 있을 것이고 당과 대통령실이 얼마나 거리를 두느냐가 제일 중요하다는데, 대통령실 후광이 있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라고도 했다.

4개 세력 연합한 '개혁신당' 여파도 주목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양향자 원내대표, 이낙연·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금태섭·조성주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조응천·이원욱 원칙과상식 의원이 설 연휴 첫날인 9일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인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양향자 원내대표, 이낙연·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금태섭·조성주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조응천·이원욱 원칙과상식 의원이 설 연휴 첫날인 9일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인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설 연휴 시작과 함께 '빅텐트'를 완성한 소위 '제3지대'의 합당 여파도 주요 변수다. 이들은 설 연휴 직전인 지난 7일 합당을 전제로 한 통합공천관리위원회(통합공관위)를 구성한 뒤 속전속결로 합당 논의를 마쳤다.

개혁신당 김용남 정책위의장, 새로운미래 김종민 공동대표,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 원칙과상식 이원욱 의원은 설 연휴 첫날인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신당(가칭) 합당 방안에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통합신당 당명은 이준석 대표가 주도하는 '개혁신당'으로 하되,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맡기로 했다.

김종민 의원은 "이 양당 기득권 체제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대한민국 미래가 없다는 절대 명제 때문에 최종적으로 결정을 하게 됐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이번 총선을 통해 기득권 정당들의 오만과 독선, 그리고 위성정당을 서슴지 않고 공개 추진하는 반칙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해달라"고 말했다.

여야 정당에서 이탈한 제3지대 세력이 네 갈래로 나뉘어 신경전을 벌이다 합당을 결정하면서, 총선에서 위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정당에 대한 실망감이 개혁신당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과, 정치적 지향이 다른 세력의 연합은 전혀 파괴력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뉴스1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서울시·인천시·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24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8일 공개한 총선 결과 기대 조사에 따르면, 제3지대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20%에 달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각각 33%, 36%로, '제3지대' 자체에 대한 기대감은 충분한 상황이다.

특히 이낙연 대표는 호남과 장년층에서, 이준석 대표는 수도권과 20대 남성에게 소구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이들이 합당하는 과정에서 양 지지층이 실망감을 드러내 이를 어떻게 수습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이준석 공동대표와 지지층이 확실하게 갈린다'는 우려에 대해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번에 우리가 타결한 지도체제나 당명보다 더 어려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 공동대표는 지난 10일 채널A '뉴스A'와 인버튜에서 "거대 양당이 좀처럼 타협하지 못 하고 고집 피우고 투쟁하고 서로 방탄하는 정치를 깨뜨리겠다고 해서 나온 사람들이 자기들 내부 견해차를 조정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대안 정치를 할 자격이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명품 가방' 김건희 vs '법인카드' 김혜경…네거티브전도

마지막으로 김건희 여사를 향한 명품 가방 의혹이나 김혜경 여사를 둘러싼 법인카드 사적 유용 논란 등 '여사 전쟁'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당은 여사 관련 '스캔들'이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총선까지 관련 이슈를 끌어나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김혜경 씨를 둘러싼 법카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표를 향해 "법카 본인이 쓴 거 맞나"라고 물으며 "만약 민주당의 어떤 예비후보자가 법인카드를 자기 샴푸를 사고 초밥을 먹고 부인에게 준 것이 걸렸다면 공천을 할 것이냐"라고 쏘아붙인 바 있다.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마침 김씨를 연휴 직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할 방침이 알려지면서, 설 연휴 이후의 '법카 유용 N차전'을 예고했다.

반면 민주당 역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의혹 관련 공세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연휴 시작 직전인 지난 8일에도 "억지 주장으로 일관한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방송 대담을 보며 가슴이 갑갑해졌다"며 윤 대통령의 명품 가방 관련 해명을 비판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대통령이 배우자의 뇌물 수수를 비호하겠다고 되지도 않을 억지 주장을 늘어놓고 있으니 참담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대신 가족을 선택했다"고 날을 세웠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같은 '여사 네거티브전'에 대해 "어떤 정책을 하나 발표하는 것보다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즉각적이고 크다 보니 양쪽 모두 그 이슈를 물로 늘어지는 것"이라며 "국민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더라도 총선까지 이슈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