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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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김동관 부회장을 향한 일각의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특혜’ 논란에 정면 돌파 전략을 택했다. RSU를 대주주 일가에 몰아줌으로써 상속에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자 내년부터 전 계열사의 팀장급까지 RSU를 받을 수 있도록 성과보상제를 개편하기로 했다. 성과급을 주식으로 제공, 임직원과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현금으로만 지급하는 방식에 비해 잡음이 덜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향후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역발상 카드 꺼낸 한화그룹

"5년뒤 주식으로 보상"…한화, 그룹 전체 확대
한화그룹은 7일 “기업의 장기 성장,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내년부터 전 계열사 팀장급 직원까지 ‘RSU 선택형 제도’를 확대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한화는 2020년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RSU를 도입했다.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한화생명의 대표이사와 주요 임원들이 RSU를 받아왔다. 김 부회장은 그룹의 지주사 격인 ㈜한화 RSU 26만6750주를 비롯해 한화솔루션(19만여 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5만여 주) 등을 성과급으로 받았다. 이날까지 임직원에게 제공된 RSU는 대략 350만 주로 추정된다.

RSU는 주식을 주기로 약정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 지급하는 제도다. 2003년 마이크로소프트를 시작으로 애플,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일본에선 상장사의 31.3%가 RSU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임직원은 주식을 지급받기로 회사와 약정한 후 5~10년 뒤에야 실제 주식을 수령할 수 있다. 퇴사하더라도 약정 기간을 채워야 주식을 받을 수 있다. 한화 관계자는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은 임원들의 ‘먹튀’를 방지하기 어렵지만 RSU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가 성장해야 RSU 가치도 올라가기 때문에 우수 인재의 이탈을 막는 효과도 있다”며 “직원이 원하면 현금으로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백% 현금 성과급’ 사라질까

한화그룹은 ‘RSU를 상속 도구로 활용한다’는 일각의 비판에 시달렸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김 부회장이 받은 RSU는 전체의 1%가량(현금 보상 포함)일 뿐”이라며 “㈜한화의 경우 앞으로 20년 후 주식으로 전환되는 김 부회장의 RSU는 모두 합해도 1% 남짓”이라고 반박했다. ㈜한화는 상속 이슈로 주가가 억눌려 있다고 평가받는 대표적인 저PBR주다. 대주주 일가가 주식으로 성과급을 받는 건 상속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주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라는 게 한화 측 주장이다.

실제 RSU는 주주 가치 제고에 일조한다는 분석이 많다. 회사가 RSU를 지급하기 위해 자사주를 대량으로 매입하게 돼 주가 부양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다. 한화 관계자는 “RSU를 실제 지급받을 때 한 번에 주식이 대량 매도돼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50%는 현금으로 지급한다”고 말했다.

한화의 ‘역발상 전략’이 경영계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만 해도 성과급 360%가 적다는 이유로 직원들이 전일 트럭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대기업 대부분이 “실적 향상에 따라 성과급을 늘려달라”는 직원들의 불만에 시달리고 있다. LG엔솔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직원들과 만나 성과급 기준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도 갈등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의 이익 잉여금을 임직원들에게 현금으로 보상하는 방식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측면도 있다”며 “RSU를 통한 성과보상제 개편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Restricted Stock Units. 성과 보상을 현금 대신 양도 제한 조건을 붙인 주식으로 하는 제도. 주식을 주기로 약정한 뒤에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실제로 지급하는 게 특징이다. 양도하는 시점을 길게 설정하면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