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단숨에 2600선을 회복했다.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따른 기대감에서다.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과 함께 기업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바람직한 방향이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이달 발표할 예정인 밸류업 프로그램은 주주 환원을 확대하도록 상장 기업을 독려·지원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한국 상장사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최근 10년간 29%로 미국(93%)은 물론 신흥국(37%), 중국(32%) 등을 밑돈다. 주주환원율이란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 중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사용하는 금액 비중이다. 이처럼 낮은 주주환원율은 만성적인 저평가를 유발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부추기는 주요인이다.

주주환원율을 높이는 길은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이다. 이 중 자사주 소각은 유통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 만큼 미국 등 선진 증시에선 배당보다 더 주주친화적 환원책으로 평가해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그런데도 국내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을 주저하는 이유는 경영권 안정을 비롯해 임직원 스톡옵션, 전략적 제휴 등을 위해 불가결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권 방어 수단이 전무한 가운데 자사주를 없애면 국내외 행동주의펀드를 중심으로 급증하는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대응할 길이 없다. 국내 100대 기업 중 불과 8곳만 이사 해임 요건 강화 등 제한적 방어 조항을 정관에 두고 있을 정도로 대부분 경영권이 취약한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경영권 안정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려면 이익잉여금을 써야 하는 만큼 배당 여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확대해 국내 증시를 밸류업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이 필수인 이유다.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차등의결권 등은 증시 선진국에서도 일반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기본적인 경영권 보호 제도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한국 상장사에도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 줘야만 경영권 방어를 위해 불필요한 자원을 쓰지 않고 주주 친화와 미래를 위한 투자가 가능하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