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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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2위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에서 성과급 논란이 일고 있다. 직원들은 최대 실적을 경신한 데 따른 보상을 해달라는 입장이지만, 회사 측은 정책 보조금 등 ‘착시 효과’ 때문에 실제로는 경영 목표에 미달했다고 설명하고 나섰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2일 직원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김 사장뿐 아니라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 김기수 최고인사책임자(CHO·전무), 강창범 최고전략책임자(CSO·전무) 등 경영진이 모두 참석했다. 김 사장은 이날 “직원들이 느끼는 바를 충분히 공감한다”며 “총보상을 높여 경쟁사보다 나은 대우를 받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1분기 내 성과급 개선안을 마련해 3월 초 타운홀 미팅 때 구체적으로 공유하겠다”며 “내년 성과급에 대해선 외부 변동성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타운홀 미팅은 경영 목표에 따른 성과급이 지난해 평균 870%(기본급 대비)에서 362%로 줄자 직원 불만이 가중된 데 따라 개최됐다. 김 사장이 지난달 29일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성과급에 관해 설명했음에도 논란이 커지자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게 됐다.

김 사장이 말한 외부 변동성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AMPC(첨단제조 세액공제)가 대표적이다. 성과급은 경영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느냐에 따라 지급하는데, APMC는 경영 목표에 아예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착시’가 생겼다는 것이다. 지난해 영업이익(2조1632억원)에서 AMPC를 제외하면 1조5000억원가량으로 낮아진다. 이 수치가 경영 목표에 미치지 못한 게 성과급이 낮아진 원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AMPC 세제 혜택이 회계상으로 영업이익에 잡히긴 했지만, 지급 규모와 방식 등 정책 불확실성이 커서 경영 목표에 포함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회사는 성과급을 측정하는 항목 중에 경쟁사 실적 대비 성과도 반영하는데, 비교군을 CATL로 설정한 점도 성과급이 줄어든 요인이다. 삼성SDI, SK온의 점유율과 실적이 자사에 미치지 못하다는 논리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둔화한 가운데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힘든 상황에서 고(高)성과급을 지급하면 고객사와 투자자들이 시설 확충 여력에 의문을 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1분기 AMPC를 제외하면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SK온은 지난해 2월 말에 성과급이 아닌 격려금을 지급한 바 있다.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에 올해도 격려금 명목으로 지급해야 한다. SK그룹이 전반적으로 긴축 경영에 나서고 있는 터라, 올해 지급 여부와 규모 등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규/김우섭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