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한 박수훈 소방교와 김수광 소방장. / 사진=SNS 캡처
순직한 박수훈 소방교와 김수광 소방장. / 사진=SNS 캡처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박수훈(35) 소방교(1계급 특진)와 김수광(27) 소방장(1계급 특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시민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다. 누구보다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쾌활했던 두 사람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더했다.

2일 박수훈 소방교의 페이스북에는 2021년 8월 31일 그가 소방공무원 신규채용시험에서 최종 합격했을 당시의 기쁨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박 소방교는 "아싸 소방관 (됐다)"이라며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수험번호가 적힌 '합격 인증샷'을 올렸다.
사진=박수훈 소방교 SNS 캡처
사진=박수훈 소방교 SNS 캡처
평소 대인관계도 원만했던 듯, 지인들이 박 소방교의 합격 소식에 아낌없는 축하를 건넸던 댓글들도 볼 수 있다. 경북 상주가 고향인 박 소방교는 특전사 중사 출신으로, 그는 평소에도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자신의 조직에 큰 애착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박수훈 소방교 SNS
사진=박수훈 소방교 SNS
2022년 1월 14일에는 그가 '경북소방'이라고 적힌 특수복을 입고 '허잇챠'라고 외치며 춤을 추다가 발차기하는 동영상도 있다. 해당 영상 아래 박 소방교의 지인이 "울 쌤(선생님)은 어디서건 기쁨을 준다"고 댓글을 달자 박 소방사는 "네! 넘칩니다!"라고 답했다. 가장 최근 게시물인 이 영상에 네티즌들은 추모 댓글을 남기고 있다.

김수광 소방장의 SNS를 보면 27세라는 젊은 나이답게 비번인 날에 서울 맛집을 찾아다니는 등 여느 20대 청년과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낸 모습이다. 구미가 연고지인 그는 20대 초반부터 경북도소방본부에 몸담아 어느덧 어엿한 6년 차 소방관이었다.
사진=김수광 소방장 SNS 캡처
사진=김수광 소방장 SNS 캡처
지난해에는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취득이 어렵다고 정평이 난 인명구조사 시험에 합격해 구조대에 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11월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명의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 문경소방 관계자는 "순직한 두 대원은 다른 누구보다도 모범이 되는 훌륭한 이들이었다"고 떠올렸다.

지난 1일 문경의 한 장례식장에 차려진 두 대원의 빈소에는 숭고한 희생만큼이나 무거운 슬픔이 내려앉았다. 오전 빈소에 온 유족들은 입구에서부터 오열하며, 고인의 이름을 부르며 서로 부둥켜안았다. 슬픔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1일 경북 문경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대원 2명의 빈소가 마련된 경북 문경시 산양면 문경장례식장에 소방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 사진=뉴스1
1일 경북 문경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대원 2명의 빈소가 마련된 경북 문경시 산양면 문경장례식장에 소방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 사진=뉴스1
경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전날 오후 7시 47분께 경북 문경시 신기동 신기제2일반산업단지 한 육가공공장에서 불이 났다. 공장은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연면적 4319㎡, 4층 높이 건물이다. 두 대원은 출동 지령을 받고 현장에 8분 만에 도착해 건물 안에 공장 관계자 등 "구조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가, 변을 당했다.

소방 당국은 각각 소방교와 소방사 계급으로 순직한 두 대원에 대해 1계급 특진(소방교→소방장, 소방사→소방교)과 옥조근정훈장 추서, 국립현충원 안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소방청은 "뜨겁고 캄캄한 화마 속에서 꺼지지 않는 불굴의 용기를 보여준 김수광 소방장, 박수훈 소방교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겠다"고 했다.
 31일 오후 7시47분쯤 경북 문경시 신기동에 있는 지상 4층 육가공업체 공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진화작업을 하던 소방대원 2명이 고립돼 동료 대원들이 진화 및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스1
31일 오후 7시47분쯤 경북 문경시 신기동에 있는 지상 4층 육가공업체 공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진화작업을 하던 소방대원 2명이 고립돼 동료 대원들이 진화 및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스1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