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현대차·기아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양재동 현대차·기아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현대차·기아가 3일 만에 약 20% 급등하며 나란히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데다 주가 저평가 매력까지 부각되면서 투자 심리에 불이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완성차 업체에서 시작된 열기는 자동차 부품주로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저평가

현대차·기아, 신고가 '액셀'…車부품주도 상승 시동
현대차는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9.13% 오른 22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기아도 12.42% 급등했다. 장 초반 나란히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현대차와 기아는 2021년 이후 약 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모두 ‘사자’에 나서며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기관과 외국인은 이날 현대차 주식을 각각 414억원, 554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기아도 2707억원어치 사들였다.

현대차의 최근 3거래일간 상승폭은 19.47%에 달한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크게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지자 자동차주가 대표적인 저평가 업종으로 떠올랐다.

현대차와 기아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의 대표적인 ‘저PBR주’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실적 추정치 기준 PBR은 각각 0.54배, 0.78배 수준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업종은 코로나19 이후 성장주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소외됐다”며 “적정 가치로만 회귀해도 두 자릿수 이상의 상승 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 실적도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5조원을 넘어섰다. 기아차도 영업이익 11조6078억원을 기록했다. 종전 최대 실적인 2022년보다 60.48% 많았다. 현대차·기아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방식으로 5조원 이상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강력한 주주환원책을 제시하며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부품주도 주가 시동

완성차 업체들의 주가 상승세는 자동차 부품주로 옮겨붙었다. 이날 현대차 계열의 현대위아(6.79%), 현대모비스(5.69%), 현대글로비스(3.11%) 주가가 일제히 뛰었다. 또 다른 자동차 부품주인 에스엘HL만도도 각각 6.07%, 2.94%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완성차 업체의 실적 호조가 부품업체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 규모는 62억1000만달러에 달했다. 전체적인 수출 부진 속에서도 자동차 수출은 19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문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표적인 자동차 전동화 공급망 업체인 현대모비스, 현대위아의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주도 대표적인 ‘저PBR주’에 속한다. 현대모비스의 올해 실적 추정치 기준 PBR은 0.46배에 그치고 있다. 현대위아(0.45배), HL만도(0.68배), 에스엘(0.69배) 등도 PBR 1배 미만이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