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EU정상회의' 브뤼셀 점령 트랙터 1천대…소똥·물대포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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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각지 농민들, EU지구 포위…EU 규제 완화, 농산물 수입중단 촉구
도심서 농기구 불태우고 분뇨 투척하며 격렬 시위 1일(현지시간) 오전 벨기에 브뤼셀 시내로 트랙터 행렬이 밀고 들어왔다.
이들 트랙터엔 이날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특별정상회의에 맞춰 상경한 벨기에 각지의 농민들이 타고 있었다.
경찰은 브뤼셀에 모인 트랙터가 약 1천대라고 추산했다.
트랙터를 움직인 동력은 '성난 농심'이었다.
"우크라이나를 돕지 말자는 게 아닙니다.
근데 남을 돕기 전에, 자기 가족부터 챙기는 게 먼저 아닌가요?"
벨기에 농민 피에르 레징스테르(28)씨는 이날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전날 저녁 트랙터를 끌고 상경했다고 했다.
브뤼셀에서 약 100㎞ 떨어진 동부 리에주 주에서 온 그는 "엄격한 EU 규제로 생산비가 원래 높은 편인데 연료와 비룟값까지 올랐다"며 "값싼 수입 농산물과 경쟁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브뤼셀 도심은 전날 오후부터 속속 도착한 트랙터 행렬에 점령당하다시피 했다.
EU 각 기관이 모인 'EU 지구'로 연결되는 도로마다 트랙터 수백 대가 진을 치면서 차량이 아예 근처에 진입할 수 없는 상태였다.
대부분 벨기에 각지에서 왔지만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인접 국가에서도 다수 참여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휴경 의무, 가축분뇨 감축 등을 강제하는 EU 환경·농업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입이 급증한 값싼 수입산 농산물에 밀려 소득도 감소했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아직 협상 중인 EU-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한다는 팻말을 든 참가자도 있었다.
이들은 저가의 남미 농산물이 FTA로 수입되면 더 사정이 나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만난 시위 참가자들은 국적과 무관하게 비슷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제 막 전업 농부의 길에 들어선 20∼30대의 젊은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온 마르코 보시니(30) 씨는 "지금 이대로라면 수입산과 같은 값에 품질 좋은 상품 생산은 아예 불가능하다"며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EU 정책입안자들이 우리 요구를 듣지 않으면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사람이 점점 더 모이고 분위기가 고조하면서 시위가 격화해 경찰과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트랙터가 유럽의회 진입로를 완전히 막아서는가 하면 흥분한 일부 참가자가 의회 건물 앞에 세워진 바리케이드를 돌파하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미리 준비한 소똥과 계란을 투척하자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맞대응했다.
격앙된 농민들이 광장에서 농기구를 불태우는 장면도 연출됐다.
브뤼셀타임스는 도심 광장에 있던 150년 된 동상이 시위 과정에서 파손되기도 했다고 현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트랙터 시위가 격화하자 정상회의장 경비도 한층 강화됐다.
경찰은 정상회의장인 EU 이사회 건물 앞 도로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한 것은 물론, EU 출입증이나 취재증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행인도 통제했다.
EU 측은 출입기자단에 "시위로 진입이 어려울 수 있으니 오전 8시 이전에 도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회의 시작 3시간 전인 오전 7시께 회의장에 도착했지만, 취재진이 몰린 데다 보안 검색이 한층 강화되면서 8시를 넘겨서야 프레스룸에 안착할 수 있었다.
'EU 심장부' 브뤼셀 도심에서 열린 전례없는 시위에 자연스레 정상회의장에서도 이 문제가 언급됐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장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에게 농민들의 주장이 "부분적으로 정당하다"며 "그들은 지난 몇 년간 우리의 새 (농업정책) 표준에 맞추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 지지했다.
그러면서 "정상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과 더크로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가 끝난 뒤 EU내 농민단체 연합체인 '코파-코제카' 대표단과 면담했다고 벨기에 총리실이 전했다.
/연합뉴스
도심서 농기구 불태우고 분뇨 투척하며 격렬 시위 1일(현지시간) 오전 벨기에 브뤼셀 시내로 트랙터 행렬이 밀고 들어왔다.
이들 트랙터엔 이날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특별정상회의에 맞춰 상경한 벨기에 각지의 농민들이 타고 있었다.
경찰은 브뤼셀에 모인 트랙터가 약 1천대라고 추산했다.
트랙터를 움직인 동력은 '성난 농심'이었다.
"우크라이나를 돕지 말자는 게 아닙니다.
근데 남을 돕기 전에, 자기 가족부터 챙기는 게 먼저 아닌가요?"
벨기에 농민 피에르 레징스테르(28)씨는 이날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전날 저녁 트랙터를 끌고 상경했다고 했다.
브뤼셀에서 약 100㎞ 떨어진 동부 리에주 주에서 온 그는 "엄격한 EU 규제로 생산비가 원래 높은 편인데 연료와 비룟값까지 올랐다"며 "값싼 수입 농산물과 경쟁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브뤼셀 도심은 전날 오후부터 속속 도착한 트랙터 행렬에 점령당하다시피 했다.
EU 각 기관이 모인 'EU 지구'로 연결되는 도로마다 트랙터 수백 대가 진을 치면서 차량이 아예 근처에 진입할 수 없는 상태였다.
대부분 벨기에 각지에서 왔지만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인접 국가에서도 다수 참여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휴경 의무, 가축분뇨 감축 등을 강제하는 EU 환경·농업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입이 급증한 값싼 수입산 농산물에 밀려 소득도 감소했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아직 협상 중인 EU-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한다는 팻말을 든 참가자도 있었다.
이들은 저가의 남미 농산물이 FTA로 수입되면 더 사정이 나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만난 시위 참가자들은 국적과 무관하게 비슷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제 막 전업 농부의 길에 들어선 20∼30대의 젊은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온 마르코 보시니(30) 씨는 "지금 이대로라면 수입산과 같은 값에 품질 좋은 상품 생산은 아예 불가능하다"며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EU 정책입안자들이 우리 요구를 듣지 않으면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사람이 점점 더 모이고 분위기가 고조하면서 시위가 격화해 경찰과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트랙터가 유럽의회 진입로를 완전히 막아서는가 하면 흥분한 일부 참가자가 의회 건물 앞에 세워진 바리케이드를 돌파하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미리 준비한 소똥과 계란을 투척하자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맞대응했다.
격앙된 농민들이 광장에서 농기구를 불태우는 장면도 연출됐다.
브뤼셀타임스는 도심 광장에 있던 150년 된 동상이 시위 과정에서 파손되기도 했다고 현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트랙터 시위가 격화하자 정상회의장 경비도 한층 강화됐다.
경찰은 정상회의장인 EU 이사회 건물 앞 도로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한 것은 물론, EU 출입증이나 취재증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행인도 통제했다.
EU 측은 출입기자단에 "시위로 진입이 어려울 수 있으니 오전 8시 이전에 도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회의 시작 3시간 전인 오전 7시께 회의장에 도착했지만, 취재진이 몰린 데다 보안 검색이 한층 강화되면서 8시를 넘겨서야 프레스룸에 안착할 수 있었다.
'EU 심장부' 브뤼셀 도심에서 열린 전례없는 시위에 자연스레 정상회의장에서도 이 문제가 언급됐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장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에게 농민들의 주장이 "부분적으로 정당하다"며 "그들은 지난 몇 년간 우리의 새 (농업정책) 표준에 맞추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 지지했다.
그러면서 "정상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과 더크로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가 끝난 뒤 EU내 농민단체 연합체인 '코파-코제카' 대표단과 면담했다고 벨기에 총리실이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