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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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지역은행 위기 당시 몸집을 키운 뉴욕주 지역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의 주가가 하루만에 38% 폭락했다. 담보로 잡은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급락하고 엄격해진 자본 규제를 맞추기 위해 배당도 줄이면서다. 지난해 미 금융계를 덮친 지역은행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NYCB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37.67% 떨어졌다. NYCB가 이날 실적발표에서 예상치 못한 큰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히면서다. 지난해 3분기 1억7200만달러 순이익을 기록한 NYCB는 지난 분기 2억5200만달러 순손실로 적자전환했다. 2억6200만달러 순이익을 점친 월가 전망을 완전히 비껴갔다.

부실화하는 부동산 대출도 주가를 끌어내렸다. NYCB는 지난해 4분기 두 건의 대출에서 총 1억8500만달러를 상각했다고 밝혔다. 한 건은 사무실 건물 대출로, 떨어진 부동산 가치를 지난해 3분기 재평가해 반영했다. 다른 한 건은 협동조합 대출로 이번 분기에 매각할 계획이다.

이에 NYCB는 지난해 4분기 대손충당금을 5억5200만달러(약 7350억원)로 전기 대비 9배 가량 늘렸다.

분기 배당금은 주당 17센트에서 5센트로 낮췄다. 연이은 인수로 체급을 늘리자 더 엄격한 자본·유동성 요건이 적용됐고, 이를 맞추기 위해 배당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NYCB는 설명했다.

NYCB는 2022년 12월 254억 규모의 플래그스타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3월 지역은행 위기로 무너진 시그니처은행의 자산 380억달러를 인수했다. 그 결과 자산 가치가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기준인 1000억달러를 넘겼다. 뉴욕타임즈(NYT)는 "은행 위기에서 승리한 NYCB가 한 방 먹었다(takes a hit)"고 평가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실적발표 이후 NYCB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무디스가 NYCB 신용등급을 Baa3에서 한 단계 낮추면 투기등급이 된다.

이러한 소식은 은행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촉발하며 관련 주가를 끌어내렸다. SDPR S&P 지역은행 지수는 이날 6% 떨어졌다. 지난해 3월 은행위기 이후 가장 큰 일일 하락 폭이다.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수석 전략가는 "많은 트레이더는 NYCB에서 본 것과 같은 유형의 경고는 바퀴벌레와 같다고 생각한다"라며 "바퀴벌레가 보이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더 숨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지역은행 실적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 오하이오주 지역은행 키코프는 지난해 4분기 전년동기 대비 91% 감소한 3000만달러의 순이익을 거뒀다. 로드아일랜드주 지역은행 시티즌스파이낸셜그룹 순이익은 69.5% 감소한 1억8900만달러로 집계됐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중소·지역은행 예금자들이 대형은행으로 자산을 옮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이를 막기 위해 지역은행들이 예금 이자율을 높인 결과 예대마진이 크게 감소했다는 평가다.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상업용 부동산 가치 하락 등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중소형 지역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위험노출액(익스포저)가 대형은행에 비해 5배 많다고 추정하고 있다.

김인엽/장서우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