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억이나 쓰고도…텅텅 빈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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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량, 예측치의 5~23% 불과
손님 없는데다 안전 위험까지
감사원 감사…서울시, 철거 검토
손님 없는데다 안전 위험까지
감사원 감사…서울시, 철거 검토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 10월부터 1년간 공중보행로의 하루 평균 통행량은 예측치의 5~23% 수준으로 나타났다. 평일 퇴근길에 찾은 청계·대림상가 3층 일대 공중보행로를 다니는 사람은 오후 6시부터 한 시간 동안 20명에 불과했다. 해당 구간은 총 네 개 상가 건물(세운, 청계·대림, 삼풍·PJ호텔, 인현·진양)을 잇는 1.4㎞ 길이의 공중보행로 중 상권이 그나마 발달한 곳이다. 같은 시간 영업 중인 가게 여섯 곳에는 손님이 다섯 팀뿐이었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때 1109억원을 들여 세워졌다. ‘호랑이 카페’ ‘이멜다 분식’ 등 소문난 맛집이 있는 청계·대림상가 보행교는 하루 평균 3000명이 방문하는 것으로 집계됐지만, 진양상가 쪽으로 갈수록 통행량이 1000명 아래로 떨어졌다. 상가와 연계되지 않은 삼풍상가·PJ호텔 구간은 하루 통행량이 800~900명으로 2017년 계획 수립 당시 예측치의 6% 수준에 그쳤다.
세운~청계·대림상가 보행 데크 옆 난간 쪽에 만든 청년 창업 공간 ‘큐브’도 공실이거나 입주한 기업이 있어도 대체로 불이 꺼져 있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총 36개소 중 26개소는 입주 중이며 나머지 10개소는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상인들 사이에선 보행로 누수로 인한 피해가 커 차라리 공중보행로를 철거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계상가 1층에서 15년째 음향기기 판매점 인터엠을 운영하는 송하경 대표(67)는 “날씨가 따뜻할 때는 2층 보행 시설에서 물이 뚝뚝 샌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상인은 “공사 당시 상인들이 시설물에 방수액을 칠해 달라고 서울시에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하단부에 대충 작업하고 만 것으로 안다”고 거들었다.
감사원은 공중보행로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 오는 4월 말께 나오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가 구체적인 철거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