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역대급 실적'에 주가 질주…'큰 형님' 현대차 시총 넘어섰다
기아가 '큰 형님' 현대차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사상 최대실적과 함께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은 점이 통했다는 평가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아직 1배를 밑도는 만큼 추가적인 상승 여력이 남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기아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00% 오른 10만2900원에 마감했다. 지난 2021년 2월 기록했던 최고가(10만2000원)를 3년 만에 넘어섰다. 외국인 투자자가 797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이날 기준 기아의 시가총액(보통주 기준)은 41조3703억원으로 현대차 시총(41조1640억원)을 2063억원 차이로 넘어섰다. 지난해 초 기아의 시총은 24조9298억원으로 현대차(33조5459억원)보다 8조6000억원 가량 낮았지만 1년여 만에 이 격차를 뛰어넘는데 성공했다. 기아는 코스피 시장에서 시총순위 6위로 올라섰고, 현대차는 7위로 한단계 내려왔다.

다만, 현대차는 3종의 우선주(현대차우·현대차2우B·현대차3우B)가 상장돼 있어 우선주를 포함할 경우 기아와의 시총 격차는 7조원 넘게 남아있다.

기아의 주가는 지난 25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전후로 급등세를 보였다. 기아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99조8084억원으로 전년 대비 15.3% 늘었다. 영업이익은 60.5% 증가한 11조6079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고치다. 실적 발표 당일을 포함해 최근 5거래일간 주가는 17.06% 뛰어올랐다.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도 주가 부양의 동력이 됐다. 기아는 결산 배당액을 기존보다 2100원 높인 5600원으로 책정했다. 발표일 기준 배당률은 6%다. 또한, 올해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고 상반기 중 50%를 소각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나머지 50%도 경영성과에 따라 추가 소각하기로 했다.

주주친화정책 확대에 증권가도 목표주가를 줄줄이 높여잡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26일 기아의 적정주가를 기존 11만원에서 13만원으로 높였다. 같은날 신한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목표주가를 11만원에서 12만원으로 올렸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아는 앞으로의 수익성에도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며 "적극적 주주환원정책이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한편, 기아와 현대차 주가의 추가 상승 여력도 남았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이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는 과정에서 PBR이 낮은 기업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이 충분한 기업의 경우 배당 확대 같은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기대할 수 있다. 이날 기준 기아의 PBR은 0.90배, 현대차는 0.55배 수준이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