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그룹 내 ‘시가총액 2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SDI 호텔신라 등의 낙폭이 커진 가운데 홀로 ‘황제주(1주당 100만원 이상)’를 향해 달리고 있다. 지난해 실적 호조에 힘입어 국내 증시 내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도 늘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 거래일 대비 2.07% 오른 84만원에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은 59조7862억원으로 60조원에 가까워졌다. 주가는 한 달 동안 6.46%, 3개월 동안엔 18.48% 올랐다. 주가 상승을 이끈 것은 외국인이다. 한 달간 개인이 3316억원을 순매도할 동안, 외국인은 3359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 5위'와 격차 11조원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비중은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2.94%다. 한 달 전 2.54%에서 0.4%p 늘었다. 순위는 기존처럼 4위지만, 5위(삼성전자 우선주)와의 격차는 2조8264억원에서 11조1046억원으로 커졌다. 1위 삼성전자와의 시가총액 차이는 414조5358억원에서 374조2710억원으로 줄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성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은 우선주를 포함해 총 20개다. 새해 들어 이들 종목은 전반적으로 하락세였다. 이날 확정 실적 발표에서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한 삼성전자 주가는 오너 일가 세 모녀의 대량매매(블록딜)의 여파와 함께 이달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주가는 8.67% 떨어졌다. 같은 기간 삼성SDI는 2차전지 업황 악화에 주가가 20.24% 떨어지기도 했다.

다른 계열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호텔신라 주가는 지난 2일부터 11.13% 하락했다. 중국인 관광객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딘 여파다. 최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지분을 처분한 삼성SDS도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주가가 10.38% 빠졌다. 삼성전기, 삼성엔지니어링도 각각 11.7%, 16.79% 내렸다. 저 PBR(주가순자산비율)주에 대한 관심, 자사주 제도 개편에 대한 기대감으로 삼성물산 정도가 6.73% 상승세다.

견조한 실적 속 미·중 갈등 수혜도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실적과 미·중 갈등 반사이익 등 다양한 호재가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조735억원, 영업이익 350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 영업이익은 연간으로 1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 지난 25일 미국에선 바이오 안보법안(Biosecure Act) 초안이 발의하기도 했다.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 기업이 미국 연방정부, 행정기관과의 거래가 금지될 가능성이 생겼다. 위탁개발(CDO) 중심 업체인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CMO)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당장 수혜를 안기긴 어렵지만,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에 주가는 탄력을 받고 있다.

증권가에선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다. KB증권, 현대차증권, NH투자증권 등이 목표주가를 105만원 이상으로 5~10%씩 상향했다. 글로벌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인 스위스 론자의 실적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함께 봤을 때,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고 진단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론자의 작년 실적을 봤을 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강점인 상업화 항체 CMO 업황 수요가 견조함을 확인했다”며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와도 향후의 경쟁 가능성을 고려하면 현재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개선되는 구간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