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26일 판사들이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혐의에 대한 재판을 하고 있다. ICJ는 이날 이스라엘에 집단학살을 방지할 조처를 하라고 명령했다. 지난달 29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스라엘을 제소한 데 따른 판결이다. 다만 ICJ는 이번에 가자지구 내 군사작전을 중단하라고 명시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다.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스라엘에 집단학살을 방지할 것을 26일(현지시간) 명령했다.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에서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ICJ는 직접적으로 휴전을 명령하지 않았다.이날 ICJ는 이스라엘에 대량 학살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과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명령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이스라엘군의 대량 학살을 방치하고, 인도주의적으로 민간인의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촉구한 휴전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지난달 29일 ICJ에 인종학살을 펼쳤다는 혐의로 이스라엘을 제소했다. 이날 ICJ는 이스라엘에 자국 군대가 집단학살을 저지르지 않도록 보장하고 이를 처벌하기 위한 조처를 하라고 명령했다. 또 집단학살 혐의의 증거를 보전하라고도 했다.남아공은 ICJ에 제출한 소장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의 권리가 더는 극심하고 회복 불가능하게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데 필요하다"며 임시 조치를 요청했다. 남아공은 9개 항목의 임시 조치 가운데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작전 즉각 중단'을 가장 먼저 제시한 바 있다.ICJ의 임시 조치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혐의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일종의 가처분 명령이다. 유엔 사법기구인 ICJ의 임시 조치는 본안 판결과 마찬가지로 강제로 집행할 방법은 없다.일각에서는 ICJ의 판결에 실속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휴전 명령을 빼놓은 채 민간인 학살만 방지하라고 명령해서다. 공격을 억제할 명분도 잃어버린 셈이다. 사실상 ICJ가 전쟁을 방조한다는 지적이다. 이스라엘도 명령을 무시하고 계속 전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앞서 지난 11~12일 네타냐후 총리는 재판 심리를 위해 ICJ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를 찾았다. 이틀간 심리를 마친 뒤 네타냐후 총리는 "그 누구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며 전쟁 의지를 공언하기도 했다.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유럽 경제가 홍해 사태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재 이·하마스 전쟁의 여파로 홍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력 충돌로 인해 물류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유럽은 아시아와 무역의 40%를 홍해 루트에 의존하기 때문에 다른 국가나 대륙에 비해 홍해 리스크 영향을 크게 받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유로존의 공급 시간 측정치(measure of supply times)는 지난달 52.2에서 48.6으로 떨어졌다. 50보다 낮으면 상품 공급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인데 1년여 만에 처음 50 이하가 됐다. 특히 영국이 51.3에서 43.1로 하락해 물류 대란이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영국의 석유기업 셸(Shell)은 지난주 홍해에서 벌어지는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인해 선박이 공격받아 대규모 석유 유출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운행을 중단했다. 앞서 영국의 또 다른 석유기업인 BP도 지난달 홍해 운항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해운업체들이 항로를 우회함에 따라 운임도 치솟고 소요 일수도 늘어났다. 유럽의 많은 컨테이너선이 홍해를 피해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지나는 대체 항로를 선택하면서 운송이 9일이 더 걸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대표적 컨테이너 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최근 두 달간 106.6% 늘었고 전쟁 위험 보험료도 약 10배가 올랐다. 또 중국의 설 명절인 춘제(春節)를 한 달 앞두고 있어 중국과 유럽을 잇는 해상 물류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앞으로 2~3주는 큰 운송 시즌인데 홍해 루트의 위험성이 제거되지 않을 경우 물류 수급 시기를 맞추지 못할뿐더러 많은 소비재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JP모건은 이번 혼란이 상품 가격을 0.7% 올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글로벌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수치에 0.33%포인트를 더할 것으로 추산했다. 근원 CPI는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주목하는 지표다. 한편 지난 22일 미·영 연합군이 12일에 이어 두 번째로 홍해의 후티 반군을 공격하면서 홍해를 둘러싼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임나영 인턴기자 ny924@hankyung.com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여파로 인접한 이집트·요르단·레바논 3개국이 3개월 만에 13조원 넘는 경제적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유엔개발계획(UNDP) 보고서를 인용해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들 3개국이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103억달러(약 13조77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봤다고 분석했다. 이는 3개국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약 2.3% 규모다.3개국은 관광객 감소 직격탄을 맞았다. 전쟁 발발 이후 요르단과 레바논에 도착하는 항공 예약은 각각 18%, 25% 감소했다. 이집트는 관광 예약률이 전쟁 전보다 약 20% 떨어졌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9년 관광산업이 3개국 전체 상품·서비스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50%에 달했다. UNDP는 전쟁이 지속되면 3개국에서 23만 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