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 동료가 돼라"…루마니아, 'K-9 클럽' 10번째 회원되나
루마니아가 자국의 군 현대화 사업을 위해 올해 자주포·장갑차 등 대규모 무기도입 사업을 계획 중이다. 이번 사업에서 한국의 대표적 수출 무기체계인 K-9 자주포는 현지에서 가장 수주가 유력한 무기로 꼽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올해 세번 째 열렸던 K-9 사용국 모임 '유저 클럽'의 루마니아 가입이 자주포의 최종 구매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루마니아가 K-9 유저클럽의 세계 10번째 회원국이 되면, 자국이 빠르게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과 군사 정보를 교류하는 한편, 유사시 클럽 회원국들로부터 무기 조달 협력을 이끌어내기 쉽기 때문이다.

루마니아는 북쪽 국경을 우크라이나와 맞대고 있고, 동쪽으로는 러시아가 무력으로 합병한 크림반도와 홍해를 사이에 두고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안보 위협을 느끼는 국가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루마니아는 자국의 가장 강력한 옛 구소련제 전차인 T-72 전차 60여 대를 우크라이나에 공여했고, 현재 노후된 무기만 남아 안보 공백을 크게 느끼고 있다.

한국 독일 튀르키예, 루마니아 자주포 '3파전'

우리 군의 K9 자주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리 군의 K9 자주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6일 방산업계 등에 루마니아 국방부 산하의 롬테니카는루마니아군 대대급에서 쓰일 155㎜ 자주포 및 포탄 구매를 위한 2차 입찰에 착수했다. 지난해 진행된 1차 입찰을 통과한 △독일 크라우스-마페이 웨그만(KMW)의 PzH2000 자주포 △한국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튀르키예의 프르티나(Fitrina)-2 자주포 등 삼파전이다.
"너, 내 동료가 돼라"…루마니아, 'K-9 클럽' 10번째 회원되나
올해 최종 선정 후보업체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루마니아는 현재 육군에 자주포가 없다. 이에 따라 육군 3개 대대가 쓸 자주포 54문과 탄약운반차량, 고폭탄 7350여 발, 연막 및 조명탄 320여발, 훈련용 탄약 720여 발 등 약 41억 레우(약 1조19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예산이 차기 자주포 사업에 책정돼 있다.

루마니아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수주전에서 '폴 포지션(pole position)'에 섰다. 입찰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에 섰다는 의미다. 루마니아가 이웃 국가인 폴란드와 긴밀한 군사협력을 하는 영향이 크다. 지난해 폴란드가 K9 자주포를 대규모로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폴란드와 상호협력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같은 무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독일 자주포 PzH2000. / KMW 홈페이지
독일 자주포 PzH2000. / KMW 홈페이지
튀르키예의 자주포 '프르트나-2' / 튀르키예 국방부
튀르키예의 자주포 '프르트나-2' / 튀르키예 국방부
K-9이 가장 유력한 경쟁 무기인 PzH2000과 비교해 발사속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가성비가 뛰어난 데다 루마니아가 원하는 시기에 빠르게 배송이 가능한 점도 강정으로 꼽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2018년 헝가리가 24문의 PzH2000을 독일로부터 주문했는데, 현재까지 2문만 받았다"며 "한국 K-9은 지난해 폴란드가 제품의 빠른 납기에 놀랐을 만큼 인정받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튀르키예의 '프르티나-2'는 엔진 공급과 관련한 문제가 있다. 당장 자주포에 들어가는 독일제 엔진(MTU-MT881)을 사용할 수 없어, 미국산 파워팩(엔진+변속기)을 도입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K9 자주포를 쓰는 9개 회원국./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를 쓰는 9개 회원국./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조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매년 K-9 구매국들이 모여 군사 정보를 공유하는 '유저 클럽' 가입을 마케팅 포인트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한국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폴란드 호주 등 K-9 구매국들은 핀란드 헬싱키에서 회의를 진행했다. 루마니아 군사매체 디펜스루마니아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 고위 관계자는 "세계 10개국이 K-9 자주포를 쓰고 있고, 이중 5개국은 NATO 회원국"이라며 "K-9 유저 클럽에 가입하면 다른 NATO 회원국의 군사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무기 유지보수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핀란드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럽(폴란드)에 K-9 자주포의 예비 부품 공급센터를 설립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4조원 IFV 구매 계획도…韓 '레드백' 입찰 참가할 듯

자주포 외에도 루마니아는 보병전투장갑차(IFV) 도입도 추진 중이다. 루마니아 정부는 현재 최대 298대, 30억유로(약 4조3000억원) 규모의 IFV 구매 계획을 세웠다. 현지에선 루마니아 군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 영국 BAE시스템스의 'CV90', 독일 라인메탈의 '링스', 미국 제너럴다이내믹스랜드시스템의 '아스코드' 등이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 방산업체가 개발한 AS-21 '레드백' 장갑차.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국내 방산업체가 개발한 AS-21 '레드백' 장갑차.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정식으로 사업이 공고되면 현지 생산 여부, 기존 수주 건에 따른 생산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입찰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호주를 상대로 3조원 규모의 레드백 장갑차 129대 수출계약을 성사시킨 바 있다.

우리 군의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인 '신궁(Chiron)'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루마니아 정부는 휴대용 대공 미사일 구매 사업에 프랑스 MBDA만 입찰에 참여하자 이를 취소한 뒤 신궁 제조업체인 LIG넥스원과 다국적기업 탈레스에 입찰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루마니아는 신궁 54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9000만달러(약 1180억원) 규모로 전해졌다.

신궁은 저고도로 침투하는 적 항공기와 소형 헬기를 격추하기 적합한 무기체계로 주로 야전군 부대와 군사시설 대공방어 임무에 쓰인다. 최대 사거리는 7㎞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2월 루마니아의 국영 방산기업인 '롬암'(ROMARM)과 대공미사일 분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