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지난해 4분기 적자 탈출… ASML 이은 반도체 업계 낭보 [신인규의 이슈레이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이 회사의 2023년 4분기 영업이익은 3,46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연간 전체로 보면 7조 7,303억원 적자지만, 4분기 흑자는 증권사 추정치를 가볍게 뛰어넘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1조3,05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먼저 반도체 부문에서 낭보를 올린 겁니다. 실적 발표 전 하이닉스에 대한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흑자전환 여부였습니다. 앞서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반도체부문인 DS사업부 적자 폭은 줄였지만 전체적으로는 어닝쇼크에 가까웠다는 분석까지 나왔었는데요.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2022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해왔습니다. 지난 연말부터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숫자로 확인된 겁니다.

최근 3개월 간 증권사 4분기 실적 추정 평균치를 보면 하이닉스의 영업손실은 평균 500억원대로 추산됐는데요. 연초 들어서는 하이닉스가 4분기 흑자를 보았을 것이라고 전망한 곳들이 늘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커져있었습니다. 가장 최근 보고서인 DS투자증권의 경우에는 SK하이닉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1,530억원으로 전망했는데요. D램은 4분기 중화권 모바일 고객사들의 재고축적 수요와 함께 서버용 DDR5, HBM 등 고성능 DRAM에 대한 수요 역시 지속되며 DRAM 평균판매단가 20% 상승했을 것으로 보고, 낸드 부문은 영업적자폭은 줄이겠지만 재고 문제가 아직 남아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하나 살펴볼 부분은 메모리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응해 하이닉스가 공급 기조에 변화를 줄 지 여부입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지난 1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D램은 1분기에 변화를 주겠다"고 말했었지요. 감산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뜻입니다. 최근 시황이 개선될 조짐이 보여서 일부 수요가 많은 제품군은 최대한 생산하겠다는 설명이었는데, 실적 발표 이후 있을 컨퍼런스 콜에서 이 부분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이 나올지에 따라 시장 투자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겠습니다.

반도체 대기업의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면 관련산업 뿐 아니라 관련주도 함께 뜁니다. 최근 흐름 보면 반도체 업황이 시장의 기대보다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도 관측됩니다. 호실적을 보여준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에 이어 '슈퍼 을'로 불리는 네덜란드의 반도체장비업체 ASML도 기록적인 실적을 내놓으면서 뉴욕증시 반도체 관련주도 일제 상승했습니다. 오늘 마감한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54% 뛰었지요.

ASML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매출 약 10조5천억 원, 순이익 3조 원 수준입니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1년 전보다 12% 넘게 상승했습니다. 피터 베닝크 ASML 회장은 "반도체 산업의 최종 소비자 시장 재고 수준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엄청난 양의 컴퓨팅 성능을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 수요가 시장 전반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ASML 제품에 대한 수요는 인텔, 삼성전자, TSMC 등의 주요 고객 반도체 업체들의 반도체 시장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되는데요. 이번에 나온 실적은 미-중 무역갈등에 따라 중국 업체들이 '사재기'에 나선 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2023년 4분기 실적 보면 ASML의 중국 매출 비중이 39%까지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1분기에는 중국 매출 비중이 8%대였지요. 미국의 수출 제한에 앞서 중국 업체들이 앞다투어 이 회사의 장비를 계약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신인규의 이슈레이더는 매주 월~금 오전 7시 20분 한국경제TV 머니플러스에서 생방송으로, 유튜브 다시보기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신인규기자 ikshi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