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 22일 오후 4시 7분

CJ그룹 지주사인 CJ㈜가 그룹 내 ‘재무통’으로 불리는 재무실 핵심 임원을 대기발령하고 업무에서 배제했다. 그룹 안팎에선 CJ CGV 유상증자 사태 등 외부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을 빚은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 재무경쟁력강화TF장을 맡았던 신종환 경영리더와 재무전략실을 이끌던 안승준 경영리더가 최근 대기발령을 받았다. 이 인사는 CJ그룹이 재무 조직을 개편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CJ그룹은 지주사 재무 조직을 재무운영실과 재무전략실로 나눠 운영해왔다. 재무전략실은 외부에서 자금을 유치하는 역할을, 재무운영실은 회사 내부 자금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CJ그룹은 작년 말 이 두 조직을 재무실이라는 명칭으로 통합했다.

통합 재무실을 이끄는 재무실장은 기존 재무운영실을 이끌던 강상우 경영리더가 맡았다. 강 리더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신뢰가 두터운 인물로 CJ제일제당 재무기획담당을 지내다가 2018년 CJ㈜로 합류했다. 이번에 지주사의 통합 재무 조직의 수장 자리를 꿰차면서 사실상 그룹의 ‘금고지기’ 역할을 맡게 됐다.

외부에선 신 리더와 안 리더의 대기발령이 자금을 유치하는 역할을 하는 재무전략실 구성원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CJ그룹은 지난해 6월 CJ CGV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약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하지만 지분 가치가 희석될 위기에 처한 주주들이 대거 반발하는 바람에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다음 날 CJ CGV 주가는 21.1% 급락했다. 이 여파로 CJ ENM, CJ제일제당 등 계열사 주가가 같이 내려가기도 했다.

CJ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현물출자하고, CJ CGV 신주를 인수하려던 계획도 법원의 제동으로 중단됐다. IB업계 관계자는 “CJ CGV 사태 등 지난해 CJ그룹의 외부 자금 조달 과정에서 잡음이 적지 않았다”며 “계열사 독립 경영이 원칙이지만 지주사 재무실도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대기발령이 주요 계열사 인사가 미뤄진 탓에 발생한 일종의 해프닝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종관/하지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