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들, 감점 규정에 "용산 내리꽂기용…수치심 줘 낙마 유도"
영남 일부 초·재선 "밀실 공천·일괄 물갈이보다 낫다"
與 새 공천룰에 '반발·안도' 교차…선수·지역 따라 주판알
국민의힘 4·10 총선 공천관리위원회가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 비율과 경선 기준 등을 담은 공천 룰을 공개하자 17일 당내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당이 역대 첫 시스템 공천이라고 자평한 이번 공천 룰의 골자는 '험지'의 경우 경선에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늘리고, 권역별 하위 평가자와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현역 의원에 감점을 부과한 것이다.

당내에서는 영남과 중진 의원을 겨냥한 '물갈이'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 현역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와 선수를 기준으로 새 공천 룰에 따른 이해득실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우선 중진 의원들은 감점 규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동일 지역구 3선 이상이면서 하위 평가자일 경우 경선 득표율에서 최대 35% 감점하는 페널티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현재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현역은 이상민 정우택 정진석 조경태(이상 5선), 권성동 김기현 김학용 윤상현 이명수 홍문표(이상 4선) 김도읍 김상훈 박대출 박덕흠 유의동 윤영석 윤재옥 이종배 이채익 이헌승 조해진 한기호(이상 3선) 등 총 22명이다.

이중 권성동 윤상현 의원은 최근 5년 이내 탈당·무소속 출마에 따른 감산 7%도 추가로 적용받는다.

한 비영남권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중진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난사하고, 청년 가산은 올린 것 아닌가"라며 "용산 출신을 내리꽂기 위한 정지작업이 아니면 뭐겠나"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수도권과 영남 구분도 없이 일괄적으로 중진에 감점 페널티를 적용한 것만 봐도 얼마나 논의가 졸속으로 진행됐는지 알 수 있다"며 "경선에서 불필요한 경쟁을 과열시키면 결국 본선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남권의 한 다선 의원은 "제아무리 날고 기는 중진도 35%의 이중 감점을 극복하기는 어렵다.

텃밭일수록 평가는 더 냉정하다"면서 "그럼에도 이렇게 과하게 나오는 것은 수치심을 줘서 스스로 포기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하지만, 밀실·야합공천 논란이 반복된 과거와 비교해 시스템 공천 '원칙'을 마련했다는 점에 수긍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객관성을 확보했다"(이양수 의원·재선), "그대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안철수 의원·3선), "국민 뜻이 많이 반영됐다"(김무성 전 의원·6선)는 평가가 나왔다.

현역 컷오프 비율(10%·7명)이 예상보다 낮게 설정된 점에서 내심 안도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경선으로 갈 수만 있다면, 여론조사 비중을 높일수록 현역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선거 때마다 '일괄 컷오프' 대상으로 거론됐던 영남권의 초재선들은 중진들과 달리 반색했다.

대구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항상 TK(대구·경북)는 40∼50% 날린다고 하니까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감점을 아무리 해도 당원 영향력이 큰 현역이 유리하다"며 "과거처럼 우리만 일방적 물갈이 대상은 아닌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북 지역의 또 다른 의원도 "이 시스템으로 경선을 진행하면, 사전에 컷오프되는 극소수를 제외하고 영남권 현역은 이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與 새 공천룰에 '반발·안도' 교차…선수·지역 따라 주판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