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마초는 되고 비트코인 ETF는 안 된다?
“은행이 비트코인에 투자하면 가상자산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금융위기가 옵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금지’ 방침을 발표한 금융당국 관계자가 지난 14일 기자에게 한 말이다. 비트코인처럼 변동성이 큰 상품에 투자를 허용하면 금융회사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관계자도 “경제 규모 대비 가상자산 투자가 이미 많은 한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허용하면 투자자들이 부나방처럼 달려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일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승인을 발표하자 금융당국은 곧바로 입장문을 냈다. 이튿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증권사가 해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ETF가 담을 수 있는 기초자산에 비트코인(가상자산)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가상자산 투기 열풍을 걱정하는 것도, 현행법상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당국 입장도 모두 일리는 있다. 그럼에도 증권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 상장된 ETF 거래를 당국이 중단한 전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에는 종목명 MSOS라는 ETF가 있다. 대마초 관련 제약사와 유통업체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미국 일부 주에서 합법인 대마초는 국내에서 생산과 소비 모두 불법이다. 법적으로 금지될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 큰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이 ETF를 거래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개별 대마초 생산·유통업체에 투자하는 것도 당연히 가능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대마초 ETF 거래에 대해서도 적법성을 검토했을지 의문”이라며 “앞으로 증권사들은 해외에 상장하는 모든 ETF의 적법성을 일일이 판단해야 할 판”이라고 혀를 찼다.

비트코인보다 변동성이 큰 금융상품도 거래 자체를 막진 않는다. 수십 배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해외선물·옵션의 국내 거래대금은 연간 수천조원에 육박한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당국의 법 해석이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이뤄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자본시장에서 투자의 다양성은 곧 시장의 경쟁력을 의미한다. 엄연히 존재하는 투자 수요를 억누르면 시장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벌써 가상자산 시장이 더욱 음지화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거래를 막는 과정도 주먹구구식이었다. SEC 승인 전날까지도 당국 관계자는 “미국에서 그게 된다고요? 한국에선 절대 안 되고 개인적으로도 반대”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모든 혼란은 업계와 투자자 몫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