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개시되면 해고요건 완화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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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게다가 대중, 대러 관계 악화 및 중국 경제 침체 등으로 인한 수출 감소, 중국과 대만 양안 문제, 북한의 지속적인 위협 등 우리나라를 둘러싼 안보 상황 악화로 인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힘든 시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물론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수출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등 어려운 중에서도 호황을 누리는 분야가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한 두 번 어려운 상황을 겪은 것도 아니니, 미리 실망하거나 좌절할 이유는 없겠다.
다만, 기업들 중에서는 어쩔 수 없는 한계상황에 직면하여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회사들이 있을 것이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통해 채무 조정과 경영 정상화를 하여야 할 회사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적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회사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워크아웃은 금융채권자들에 의한 공동관리절차의 개시를 통하여 금융채권자들의 채권행사를 유예하고 '기업개선계획'이라는 채무조정 및 자구계획을 만들어 금융채권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받아, 위 계획을 이행하는 약정을 금융채권자들과 사이에 체결한 후 이를 이행함으로써 기업의 채무조정 및 구조조정을 꾀하는 제도로서, 금융기관들에 의하여 관장되는 관리절차이다.
반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에 따라 회생절차의 개시를 통하여 전체 채권자들의 채권행사를 일괄 유예한 후 '회생계획'이라는 명칭의 채무조정 및 변제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채권자집단의 동의를 받아 기업의 채무조정 및 구조조정을 꾀하는 제도로서, 법원에 의하여 관장되는 절차이다.
회생절차의 경우 개시 결정 이전 포괄적 금지명령을 통해 채권자들의 권리행사가 일체 금지되고, 그 이후의 채무 변제나 기업의 주요한 의사결정에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여 워크아웃보다 더 강력한 구조조정 제도로 인식되고 있는데, 그 때문인지 간혹 워크아웃은 금융기관들이 기업의 회생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경우 진행되는 절차이고, 회생절차는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경우 진행되는 절차라는 오해가 있으나, 두 제도 모두 기업의 ‘회생’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다만, 회생절차가 워크아웃에 비해 강력한 도산절차에 해당하는 것은 맞는데, 거기에 위와 같은 오해가 더해져서 ‘회생절차가 진행되면 근로자와의 근로계약 해지나 나아가 정리해고의 경우 좀 더 자유로운 것 아닌가’라는 생각, 달리 말하면 ‘회생절차에서는 해고의 요건이나 정리해고의 요건이 더 완화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에 회생절차를 인력 구조조정의 기회로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것처럼 회생절차 또한 워크아웃과 마찬가지로 회사의 사업을 청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계속하여 그 재건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절차이므로, 회사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은 회생절차의 개시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존속한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는 경우 관리인은 개시일 기준으로 쌍방이 미이행 상태에 있는 쌍무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는데, 대표적인 쌍무계약인 근로계약에는 위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그리고 채무자회생법 규정에 따라 단체협약도 관리인이 임의로 해지하거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
정리해고도 마찬가지다. 근로기준법 제24조의 정리해고 요건은 ①해고를 하지 않으면 기업경영이 위태로울 정도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존재해야 할 것(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②경영방침이나 작업방식의 합리화, 신규채용의 금지, 일시 휴직 및 희망퇴직의 활용 등 해고 회피를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할 것(해고 회피의 노력), ③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설정하여 이에 따라 해고 대상자를 선별하여야 할 것(해당 대상자 선별의 합리·공정성), ④ 마지막으로 해고에 앞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측과 성실한 협의를 거쳐야 할 것(사전 협의 절차)인데, 회생절차에서도 정리해고를 위해서는 이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다만, 이미 회생절차가 개시될 정도로 위기가 심화되었고, 회생계획이 인가되지 않으면 파산에 이르게 되니 ①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은 상당한 정도 충족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리고 정리해고를 할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위 네 가지 요건을 충족함을 법원에 설명할 수 있는 자료와 근거를 준비하여야 할 것이니,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진행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정리해고의 정당성이 부정되는 경우가 적기는 할 것이다.
회생절차가 개시된다고 하더라도 근로자를 임의로 해고할 수 없고, 정리해고의 요건도 완화되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법리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회생절차라는 회사의 존망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있을 것이니,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회생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회사의 경우, 회생절차의 특성에 맞추어 정리해고의 각 요건을 세심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박진홍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