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프로골프(JGTO)에서 7년여 만에 우승을 추가한 송영한은 “올해 목표가 다승과 최저타수상”이라고 했다.  /조수영 기자
지난해 일본프로골프(JGTO)에서 7년여 만에 우승을 추가한 송영한은 “올해 목표가 다승과 최저타수상”이라고 했다. /조수영 기자
프로 골퍼에게 생애 첫 승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추가 우승이다. 첫 승은 어쩌다 운이 좋아 할 수도 있지만 2승은 충분히 준비된 사람만이 밟을 수 있는 고지이기 때문이다. 골프계에서 “2승 이상을 해야 진짜 우승할 수 있는 선수”라는 말이 있는 것도 그래서다.

일본프로골프(JGTO)에서 활동하는 ‘어린 왕자’ 송영한(33)이 2승 고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였다. 지난해 8월 JGTO 산산 KBC오거스타에서 1타 차 우승을 거두며 통산 2승을 달성했다. 2016년 첫 승 이후 약 7년7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언제든지 우승할 수 있는 선수’임을 증명해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송영한은 “우승하는 법을 배운 해였다”며 “올해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내기 위해 담금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한은 한·일 남자골프의 기대주였다. 2013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신인왕, 2015년에는 JGTO 신인상을 받았다. 2016년에는 아시안투어·JGTO 공동 주관으로 열린 SMBC 싱가포르오픈에서 ‘골든보이’ 조던 스피스(30·미국)를 꺾고 우승을 차지해 관심을 모았다. 수려한 외모에 깔끔한 플레이로 ‘어린 왕자’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낸 것은 역설적으로 최악의 성적을 거둔 2022년이었다. 23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단 한 번 드는 데 그쳤다. 턱걸이로 시드를 지킨 그는 “이렇게 칠 거면 골프를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 뒤에 아무것도 없는, 낭떠러지에 선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해 겨울 전지훈련에서 송영한은 승부수를 던졌다. 동갑내기 친구인 이정우 스윙 코치와 손잡고 스윙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백스윙 때 힘이 위로 가고, 다운스윙 때 힘을 아래로 쓰는 방식으로 바꿨다. 자신의 원래 스윙과 정반대 방식이었지만 “이걸 못 해내면 골프를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으로 교정에 매달렸다.

서른이 넘은 프로 선수가 스윙의 기본부터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그는 도전했다. 전지훈련이 끝나갈 때쯤 성과가 확인되기 시작했다. 비거리가 20m 늘어났고, 공이 만들어내는 궤적도 만족스러웠다.

송영한의 변화는 주변에서 바로 알아봤다. 시즌이 시작되자 일본 동료들은 “겨울 사이에 뭘 했길래 이렇게 달라진 거냐”고 물어왔다. 비거리가 늘어나고 샷이 날카로워지자 성적은 저절로 따라왔다. 첫 대회를 11위로 끊은 그는 시즌 중반 퍼팅감을 회복하면서 줄곧 우승 경쟁에 나섰다. 그리고 8월에는 고대하던 2승을 거뒀다.

우승 외에도 다양한 성과를 낸 시즌이었다. 다섯 번의 준우승을 포함해 총 10번의 톱10을 기록했고, 총 1억1054만5499엔의 상금을 따내 상금랭킹 4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린적중률은 74.291%로 투어 1위에 올랐다. 송곳 같은 아이언샷의 비결을 묻자 송영한은 “반드시 그린에 올리겠다는 간절함”이라고 답했다. 그만큼 매 샷을 간절하게 했다는 얘기다.

JGTO는 한때 한국 남자 선수들의 필수 진출 코스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JGTO에서 활동하는 한국 국적 선수는 한손에 꼽힐 정도로 크게 줄어들었다. 송영한은 “일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뛰고 있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동료 선수와 일본팬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언론 인터뷰에서도 유창한 일본어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일본 선수와 골프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일본에서 한창 활약 중이던 2019년, 송영한은 군 복무의 길에 오르게 됐다. 일본의 ‘간판스타’ 이시카와 료는 직접 협회를 설득해 송영한의 시드를 군 복무 이후로 유예해 투어 활동의 길을 지켜줬다. JGTO가 외국 선수에 대해 이 같은 예외를 적용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제 33세, 송영한은 “제 진짜 골프는 이제부터”라고 강조했다. ‘그저 그런 골퍼’와 ‘베테랑’으로 나뉘는 갈림길에 서 있는 시기라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너무 많은 연습과 훈련은 오히려 독이 되는 나이. 그는 “롱런하는 선수들의 가장 큰 특징이 영리함”이라며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을 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제가 해온 것은 앞으로의 골프 인생을 위한 밑거름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우승하는 법을 익혔으니 꼭 다승과 최저타수상을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어린 왕자라는 별명이 쑥스러운 나이가 된 만큼 더 영리하고 간절한 플레이로 ‘왕이 되고 싶은 남자’에 도전해볼게요.”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