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준석·양향자·금태섭 등 민주 탈당파 창준위 행사서 '연대' 합창
1996년 자민련·2016년 국민의당 3당 돌풍 재현 목표…하순께 논의 본격화 전망
촉박한 시간표상 '빅텐트' 논의 험난할 듯…'잠룡'과 지역 기반 부재 지적도
한자리 모인 제3지대…반윤·비명 넘어 '빅텐트' 아래 만날까
거대 양당을 벗어나 '제3지대'를 선언한 정치권 인사들이 14일 한자리에 모여 연대를 합창하면서 이들이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빅텐트'를 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점점 심화하는 정치 양극화에 지친 유권자들에게 제3의 선택지를 제시할 대안 세력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좀처럼 공통 분모를 찾기 어려운 이들이 총선 전에 손을 잡고 한 지붕 아래 모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새로운선택 금태섭 대표 등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탈당 그룹 '미래대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텐트를 크게 쳐달라"(이낙연), "텐트보다 멋있는, 비도 바람도 막을 수 있는 큰 집을 지었으면 좋겠다"(이준석), "양당의 폐해를 없애달라는 열망에 답을 해야한다"(양항자) 등 '제3지대 빅텐트'론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이 전 대표와 이 위원장은 행사에 앞서 미래대연합 공동 창준위원장인 김종민 의원과 여의도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3자 회동을 갖고 양당 구조 타파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한자리 모인 제3지대…반윤·비명 넘어 '빅텐트' 아래 만날까
일단 외형적으로는 거대 양당 속 이른바 친윤(친윤석열)·친명(친이재명) 등 주류와 각을 세운 반윤(반윤석열)·비명(비이재명) 출신이라는 교집합을 넘어 오는 4·10 총선을 3파전 구도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총 50석을 차지한 자유민주연합, 2016년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얻어낸 국민의당 등 '제3당 돌풍'을 2024년 22대 총선에서 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들의 연대는 당위론을 넘어 현실적인 문제란 관측도 있다.

4·10 총선에서 기호 3번 차지를 위해선 6석의 정의당을 넘어 7석이 필요하고 선거비용을 보전받으려면 15% 득표를 이뤄야 하는데, 현재 어느 세력도 독자적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 창준위 출범식을 연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 등 민주당 탈당파의 '미래대연합'에 이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가칭 개혁신당이 20일 창당대회를 개최하고 나면 더욱 본격적으로 연대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연대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돼 조기 합당이 성사된다면 전국적 입후보도 가능하고, 합당이 여의찮을 경우 출마 지역구를 배분하는 형식의 선거 연합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자리 모인 제3지대…반윤·비명 넘어 '빅텐트' 아래 만날까
다만, '제3지대 빅텐트'를 치는 과정에는 걸림돌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합당의 경우 비례대표 배분 등 각자 지분을 놓고 험난한 협상 과정이 기다리고 있고, 그보다 느슨한 선거연합도 출마자 교통정리가 쉽지 않으리란 예상이 적지 않다.

정치 인생 내내 서로 다른 당에서 각자의 목소리를 낸 이들이 총선을 앞두고 갑자기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실제로 이준석 위원장은 "떴다방 같은 이미지로 비친다면 그런 결사체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선거일까지 석 달도 남지 않은 촉박한 상황에서 자칫 이견이 불거져 결합에 실패한다면 연대의 효과는 사라지고 최악의 경우 사분오열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제3지대에 참여하는 한 전직 의원은 통화에서 "설 연휴 전에는 윤곽을 만드는 게 당면한 목표"라면서 "그래야만 총선에서 제3지대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자리 모인 제3지대…반윤·비명 넘어 '빅텐트' 아래 만날까
현 정치 지형에서 설령 '제3지대 빅텐트'가 출현하더라도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현재 제3지대에서는 존재감 있는 차기 대권 주자급 인사도, 텃밭이 돼 줄 만한 탄탄한 지역 기반도 사실상 없다는 시각에서다.

1996년 자민련의 경우 당시 김종필 총재와 충청, 2016년 국민의당 때도 안철수 의원과 호남이라는 대선주자급 구심점과 지역적 기반이 모두 갖춰져 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만약,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제3지대에 위기감을 느껴 공천 잡음 최소화와 적극적 쇄신에 성공한다면 자연스레 원심력도 사그라들고 제3지대의 존재감도 희미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는 지난 대선 때처럼 양당의 지지자들도 위기감 속에 뭉칠 것이라는 관측을 전제로 한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충남 예산에서 열린 충남도당 신년 인사회에서 '제3지대가 힘을 얻을수록 국민의힘 지지기반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는 기자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이 더 많을 것 같다"고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