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HBM 생산 2.5배 늘린다
삼성전자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량을 전년 대비 2.5배 늘린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HBM 주문이 쇄도해 생산능력을 키워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와의 HBM 점유율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가기 위해 삼성전자가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진만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미주총괄(부사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HBM의 올해와 내년 생산량을 전년 대비 각각 2.5배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가 내년 HBM 투자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용량을 확대하고 처리 속도를 높인 반도체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AI 서비스의 필수재로 불리는 ‘AI 가속기’(대규모 데이터 학습·추론에 특화한 반도체 패키지)에 장착된다.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투자를 결정한 까닭은 AI 기술이 고도화해 HBM 등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D램은 AI 가속기 안에서 중앙처리장치(CPU)나 GPU에 붙어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한다. AI 기술 확산으로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늘면서 HBM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시장 규모는 올해 39억달러에서 2027년 89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부사장은 “업황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하게 투자 규모를 유지해 시장 확대에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반도체 업황과 관련해선 “흐름이 좋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온디바이스 AI 확산으로 새로운 수요가 생기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한 부사장은 “2025년부터는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CES 2024’에서 HBM3E(4세대 HBM)와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메모리 모듈 제품인 ‘CMM-D’ 등 AI 시대를 주도할 차세대 반도체 제품을 전시했다. 온디바이스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기기 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반도체 저지연광대역폭(LLW) D램 등도 공개했다.

라스베이거스=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