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인상 종료 선언
한국은행이 연 3.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전원이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이 없다고 밝혀 2021년 8월 시작된 한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연 3.25%에서 연 3.5%로 인상된 이후 8회 연속 동결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금통위원 전원 일치로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날 공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는 약 1년간 포함됐던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라는 문구가 빠졌다. 3개월 후 기준금리 수준에 대해 금통위원 5명 모두 연 3.5%를 제시하며 금리 인상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번 금통위에서는 연 3.75%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금통위원이 4명으로 연 3.5%를 유지해야 한다는 위원(2명)보다 많았다. 이 총재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은 이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한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되면서 금리 인하 시점에 시장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 총재는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일축하는 발언을 내놨다. 그는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하면서 물가 안정을 이뤄낼 필요가 있다.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2%)를 웃돌면서 미 중앙은행(Fed)이 조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