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국정원 활동은 소멸시효 만료 판단…"위법성 중한 기본권 침해"
'국정원이 불법사찰' 조국 위자료 2심서 5천만→1천만원으로(종합)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에 불법 사찰을 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심에서도 일부 승소했지만 배상액은 줄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5부(한숙희 부장판사)는 10일 조 전 장관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조 전 장관에게 위자료 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조 전 장관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11년과 2016년 국정원이 자신을 사찰하고 여론 공작을 펼쳤다며 2021년 6월 국가를 상대로 2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조 전 장관에 대한 국정원의 활동을 포괄적인 하나의 행위로 보고 '국가가 조 전 장관에게 5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2심은 두 시기의 활동에 연속성이 없다고 봤다.

이에 소멸시효를 각각 나눠서 판단하면서 배상액이 줄었다.

재판부는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SNS에 조 전 장관을 겨냥한 비방 게시물들을 작성하고 활동 결과와 여론 동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한 점과 관련해서는 소멸시효가 지나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봤다.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피해를 안 날로부터 3년, 행위가 발생한 시점부터 5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재판부는 "2011년 1월∼5월 국정원의 행위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 세력을 제압하려는 활동의 일환으로 원고에 대한 공격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송이 그로부터 5년 넘게 지난 2021년 6월 제기됐기 때문에 시효가 소멸됐다"고 판단했다.

반면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이 조 전 장관의 사드 배치 반대 활동과 관련해 비난 여론을 형성하려 한 점에 대해서는 "국정원장이 2021년 5월 이같은 행위를 공개하면서 원고가 피해 사실을 인지했고, 3년 내에 소송을 제기해 시효가 소멸되지 않았다"며 국가가 1천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기관이 법령을 위반하면서까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로, 그 위법성의 정도가 중하다"며 "원고는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그 이유도 모른 채 압박감을 겪는 등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단순히 원고에 대해 중립적인 내용을 수집하기보다 원고의 활동을 사찰하는 측면에서 관련 문서가 작성됐고, 원고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드 배치를 비판하자 정보를 수집한 것이기 때문에 국정원의 업무 범위에 속한다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국민 개인을 사찰하는 것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 불법성을 엄중하게 봐야 한다"며 "국정원의 업무 범위가 아님에도 전략과 계획에 따라 원고를 사찰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