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절벽과 엔데믹.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행사인 올해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를 관통한 주요 키워드다. 세계 시장에서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혁신 신약을 보유했지만 항체약물접합체(ADC), 방사성의약품,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선 글로벌 제약사들의 동력은 절박함이었다.

우그르 사힌 바이오엔테크 최고경영자(CEO)는 9일(현지시간) ‘2024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항암제 후보물질을 크게 늘렸다”고 말했다. 독일 바이오기업인 바이오엔테크는 미국 화이자와 함께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매출이 급락하자 항암 신약과 신규 백신에 승부를 걸었다.

전날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는 매출 하락을 자성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몇 년간 화이자가 ‘스타’였지만 매출 하락 타격이 컸다”고 했다. 엔데믹에 접어든 데다 후속 신약이 예상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성장세가 꺾였다는 것이다. 올해 화이자가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서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불라 CEO는 올해 화이자에 많은 결실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승인받은 신약은 아홉 개로 역대 최다였다. ADC 기업인 시애틀제네틱스(시젠)를 430억달러에 인수하는 절차는 마무리 단계다. 호흡기세포융합(RSV) 백신도 기대주로 꼽힌다.

2028년 블록버스터 항암제 키트루다의 특허 만료를 앞둔 미국 머크(MSD)도 다이이찌산쿄에서 도입한 ADC 신약이 ‘특허 절벽’을 해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후속 항암 후보물질로만 2035년께 200억달러 넘는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